난, 발명가가 되고 싶어요
<하고싶은 공부해도 되는 세상>
큰아이는 중학생인데 장래희망을 정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다거나 동영상 만화를 그리는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다더니 지금은 그런 꿈조차 꿀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큰아이는 학업성적이 좋지 않아 한동안 학원에 다녔는데 학교서나 학원에서나 하루종일 공부하는 것이 국·수·사·과 위줍니다. 이러니 공부하는 것이 즐거울 리 있겠습니까. 공부하는 시간밖엔 텔레비전 드라마를 봅니다. 한동안 넋을 놓고 보다가 옆에서 공부하란 얘기만 들리면 그냥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고등학교 들어가고 나면 그 마음고생이 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되고 싶었던 꿈을 하나 둘 포기하면서 개성 없는 인간성을 지닌 채 사회로 배출되겠지요. 획일화된 능력을 요구하는 대학에 들어가고자 정해진 공부만 죽으라고 하고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전공학과와 상관없이 취업공부에 매달려 또 기나긴 시간을 소비하다시피 하면서 나이를 먹겠지요. 회사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추었거나 재수가 좋으면 월급을 좀 많이 주는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할 테고 경쟁에서 밀려나면 또 몇 년간이고 취직시험 공부하느라 부모 속을 썩이겠지요.
나는 정말 이런 사회구조가 싫은데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부모들처럼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경쟁해서 이기길 원하고 나중에 좁은 취업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선 다른 경쟁자를 물리쳐주길 바랄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까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요? 요즘 누가 그 말을 믿겠습니까. 교육정책이 요구하는 공부를 잘한 아이는 흔히 '좋다'고 하는 대학에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돈을 많이 주는 회사에 취직해 부러움을 삽니다. 반면 학교 다니면서 제 하고 싶은 것을 혼자 해온 아이들은 경쟁에서 밀려 결국 부모·친지·친구로부터 비난을 삽니다. 지금의 비정규직 사람들처럼 차별을 받으며 살 수도 있겠지요.
가끔 언론을 통해 자녀가 아직 어린 초등학생 정도밖에 안 되는 데도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봅니다. 하나같이 갑갑한 우리의 교육현실이 싫어서라고 합니다. 나도 그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어느 재벌 회장이 그랬습니까? 천재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또 20%가 80%를 먹여 살린다는 말도 진리인 것처럼 돌고 돕니다. 그 말에 나라의 교육을 꾸리는 사람이 부화뇌동해 20%의 엘리트만을 배출하려고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닐까 여깁니다. 100%의 국민이 100%의 국민을 먹여 살리는 정책을 펴면 정말 안 되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교육감 직선제에 희망을 건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도교육감 선거도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처음으로 도민들이 직접 투표에 참가해 선출하는 첫 직선제여서 관심을 더합니다. 어떤 후보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사람인지 유심히 봅니다. 이들이 제시한 비전과 공약을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두 분 다 어느 공약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들일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또 나름대로 정책을 펴놓으면서 의욕을 담았겠습니다만 도민을 상대로 공약을 내건 첫 사례여서인지 교육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무리 교육자치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획일화된 전체 교육기조를 거역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번 교육감 직선이 우리 교육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직선제인 만큼 후보들은 좀 더 바람직한 교육풍토에 대해 고민하게 될 테고, 결국엔 아이들이 입시에 매달리지 않고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7.12.04 경남도민일보
eFbfB3tGshMJxTwoXCgVzCLiI13
'돌이끼의 작은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투표일, 또 짜는 소릴 한다 (0) | 2008.04.09 |
---|---|
과학경진대회 소재는 글라이더·물로켓 밖에 없나 (0) | 2008.04.08 |
믿을 걸 믿어야지-'대운하' 논의 않고 추진하겠다는 얄팍한 속셈 (3) | 2008.04.08 |
혈세(血稅)에 대하여 (0) | 2008.03.30 |
[데스크]교육보다 절실한 건 권리보장 (2) | 2008.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