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코스로 피서를 즐기고 싶다면 장유계곡 추천
가까운 곳이라 오히려 잘 가지 않았던 장소 중의 하나가 장유계곡이다. 아마도 15년 전쯤 이곳에 왔을 터이다. 음... 더 됐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기억이 아득하다. 그땐 이렇게 조성돼 있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가스레인지에 솥을 올려 닭백숙을 하거나 불판에 삼겹살을 올려 지글지글 연기를 뿜어댔다. 내가 개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기억이 어슴푸레한데. 인근에 사철탕집도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오랜 만에 장유계곡을 찾았는데, 옛 기억과 오버랩되는 경치는 한 곳도 없다. 이렇게 변할 수가 있나. 어쩌면 이곳에 처음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들어오는 입구부터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그땐 어느 마을에서 계곡을 타고 들어왔었는데... 어제 왔을 때에는 폭포부터 보였으니. 이 폭포야 당연히 그땐 없었을 것이다. 인공폭포니까. 아침 이른 시각에는 물이 흐르지 않았는데 오후 시각에 이렇게 물이 쏟아져 내렸다... 인공이든 자연이든 사람들 그 아래서 좋아하는 것을 보니 돈을 잘 썼다 싶으기도 하다.
저 바위를 가짜로 만든 것은 아닐테고. 저 높이 쯤 되는 계곡의 물을 당겨다 풀어놓았겠지. 그리 생각하면 돈도 그렇게 많이 들진 않았겠다.
처음엔 이곳에서 놀까 했었다. 8시 안되어 도착했으니 주말이긴 해도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다리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가 친구들이 그래도 나무 아래가 낫지 않겠나 하여 더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일찍 움직이는 자에게 선택의 폭은 그만큼 넓었다.
그래, 주말인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태풍 종다리가 올라오고 있었지만 한반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규모였고, 연일 장유계곡에 인파가 몰려 발디딜 틈이 없다는 소문 때문에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설득력 있는 추정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1박 이상 할 수 있는 피서지로 떠났을 것이다. 라는 친구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폭포 옆에는 물레방아도 돌아가고 있다. 내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희한하게 물레방아만 보면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물레방아 도는 내력' 노래가 자동 발사하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나이 먹은 노친네 그룹인 모양이다.
장유사를 알리는 선돌. 돌의 모양새로 보아 역사를 얘기할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딘 모습이다.
가락고찰장유사라. 장유사는 신라 이전 가야시대 고찰이다. 역사가 깊은 절. 장유라는 말 자체가 가락국으로 거슬러올라가니 말이다. 장유는 김수로왕의 부인 허황옥 오빠다. 그러니까 장유는 한반도 사람이 아니라 인도 출신의 중국사람이란 얘기다. 추정키로 인도 북부 아유타에서 살다가 중국 보주에서 한동안 이주민으로 머물렀을 것이며 다시 허황옥이 오빠와 함께 가신들을 데리고 가락으로 왔을 것이다. 풍랑에 배가 뒤집히는 것을 막기 위해 배에다 돌을 실었는데, 그게 지금도 김해 구산동 김수로왕비릉 앞에 있는 그 파사탑이다.
의외로? 김해 장유나, 장유사가 김해의 대표 축제 콘텐츠인 '가락국왕 신행길' 주인공 허황옥과 관련된 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이가 드물다. 당시의 여성 권위가 얼마나 강했는지는 김수로와 허황옥의 자녀들이 김씨와 허씨 성을 나눠가졌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여성 권력은 신라시대에까지 이어지지만(여성이 왕으로 등극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시대가 아니었다. 선덕여왕을 보나따나.
친구들에게 농담 하나를 던졌다. 장유가 요즘같이 더운날 기도하다가 내려와서 대청폭포 아래서 시원하게 물놀이 즐겼겠지. 참, 지금 김해 허씨 조상은 다 김수로와 허황옥 사이에서 난 자손들이다. 성만 다르지 김해 김씨와 허씨는 한 집안이다.
비탈을 타고 조성된 덱로드는 걸을 만하다. 어쩌다 통행을 방해하듯 기울어져 있는 나무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지나가면서 저럴 때 아니면 언제 허리운동 해보나. ㅋㅋ
대청폭포. 위에서 내려다 봤다. 나중에 저 아래에서 물에 쏙 들어가기도 하고 놀았는데... 그땐 핸드폰을 지닐 수 없어 찍지를 못했다.
이 사진이라도 남아 있는 게 다행이다.
비가 오지 않은지 한 달도 넘은 것 같다. 이렇게 비가 안 올 수도 없다. 하늘이 인간에게 상당히 삐쳤나 보다. 이리저리 따지면 인간이 자연에 잘못한 것이 어디 한둘이랴.
그렇게 비가 안 왔는데도 장유계곡의 물은 소리를 내며 흐를 정도였다. 폭포 아래에서 신문에 실리는 그 장면을 흉내내 보면 등골이 오싹. 그때만큼은 "더위야, 올테면 와라!" 그런 마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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