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올림픽에서 스포츠스타가 나올 조건
24일 베이징 주경기장인 궈자티위창(일명 냐오차오-새 둥지)에서 펼쳐진 올림픽 폐막식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와이어를 이용한 화려한 군무와 불꽃놀이는 보는 내내 감동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각국을 대표해서 출전한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서로 실력을 겨뤘던 17일간의 축전이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폐막식은 아쉬움을 많이 남기기도 하지만 다음 대회에 대해 기대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베이징 냐오차오에선 4년 후의 런던 올림픽만 기약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내달 6일부터 패럴림픽
정작 내달 6일부터 개최되는 장애인올림픽에 대해선 무관심했습니다. 이번 패럴림픽에도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547명의 선수단을 출전시킨다더니 거기까진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주경기장을 빙 둘러 있는 대형 화면에 그간의 열전을 소개한 후 장애인올림픽 일정이라도 소개했더라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참 아쉬웠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솔직히 올림픽 정신을 생각한다면 금메달 수로 국가 간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나라와 나라의 대결에 주목하고 금메달만 목이 쉬도록 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언론에 대서특필 되어 주목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으려 합니다.
어쩌다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니 동메달이니 하며 국민감정을 위로하듯 스스로 위안하기도 하지만 1등에만 목을 매는 것을 보면 올림픽에도 우리 교육 현실이 반영되는 것 같아 여간 씁쓸한 게 아닙니다.
여자·남자 단체 양궁, 수영의 박태환, 사격 진종오, 유도 최민호, 남녀혼합복식 배드민턴, 역도의 장미란 차재혁, 태권도 차동민 황경선 손태진 임수정, 그리고 야구. 아마 이들의 활약은 두고두고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겁니다. TV에서는 몇 번이고 금메달 감격의 순간을 되풀이해 보여줬기 때문에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할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그 결과만으로도 대단한 인간승리를 이룬 사람들입니다. 물론 은메달, 동메달, 뿐만 아니라 아쉽게 메달권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도 저마다 꿈을 이루려 도전정신을 불태우며 가치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유난히 언론의 관심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영 선수 나탈리 뒤 투아와 폴란드 탁구 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 아르헨티나 사이클 선수 마리아 베렌 두투입니다. 이들은 모두 한쪽 다리가 없거나 팔이 없거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등의 몸이 불편한 선수들입니다. 다들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언론은 그들의 아름다운 투혼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투혼이 내달 6일부터 베이징에서 본격적으로 다시 이루어집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기 오래전부터 올림픽 출전 선수들과 메달 가능성에 대해 보도를 제법 접했는데 정말 아름다운 투혼이 빛날 장애인올림픽에 대해선 너무 조용한 것 같습니다. 이번엔 패럴림픽이 없는 것 아닌가 느낄 정도입니다.
언론이 적극 관심 보여야
언론은 이번 패럴림픽에 어떤 종목에서 금메달 가능성이 큰 건지, 어떤 장애를 지닌 선수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는지, 지난 올림픽 때엔 우리가 얼마나 메달을 땄는지…, 왜 보도를 하지 않는 걸까요.
지난 17일간의 열전 기간에 우리는 TV에서 올림픽 중계를 방송사마다 중복 편성해 정규방송을 보지 못한 것도 많이 있습니다. 뉴스도 제시간에 보지 못했습니다.
과연 이번 패럴림픽 기간에도 방송이 그렇게 할까요? 다른 언론도 국민의 시선을 끌 수 있게 많은 부분을 할애할까요? 이런 의문을 가지는 이유는, 현재로선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 안 되는 데는 투자 않는 것이 자본주의 속성이니까요. 그럼에도, 언론에는 공공성이라는 기능이 있으므로 장애인올림픽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합니다.
달리 보면 박태환 선수가 국민 남동생으로 스타가 된 것이 언론의 관심에서 비롯되었듯,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13개 종목에 참가한 79명의 선수 중 언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장애인 스포츠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언론이 무관심하면 국민도 무관심해지고 언론이 관심을 보이면 국민도 곳곳에서 "대~한민국!"을 외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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