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균 오동동야화 14]광복 후 진영논리에 휘둘린 이광래 연극
광복 후 연극 바닥도 이념대결이 치열했던 모양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땅 때문에 이념 갈등이 생기고 급기야 분단까지 이어진 것을 아닐까 싶다. 이념이야 타협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제도는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조선민족 성정이 얼마나 도아니면 모인지 반추해 볼 수 있기도 하낟. 암튼 그러한 상황에서 이광래는 남연 공연에서 땅의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주장하는 남로당 조직의 요구에 역제안은 한다는데...
극단 '민예'가 문을 닫던 그 해 그 달에 그러니까 1947년 11월에 이광래는 유치진·이서구와 함께 한국무대예술원을 조직한다. 이듬해인 1948년 이른 봄에는 우익진영의 많은 극단과 연극인들을 총망라하여 '극예술협회'라는 이름으로 UN한국위원단 환영 특별공연을 시공관에서 갖게 된다. 아울러 4월 한달간에 걸쳐 무대예술원 산하 21개 단체로 문화계몽대를 조직하여 남한 각지 촌촌면면을 찾아다니면서 이른바 연극의 '브나로드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그때 동원된 관객수는 연 150만을 넘었다고 하니 남한 인구 2800만을 고려하면 실로 경이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이로써 한때나마 전 연극계를 장악하는 듯하던 좌익세력을 누르고 국민 정서 함양에 다대한(큰) 성과를 올리게 되었다. 이때 한국 무대예술원 예술극장으로서 이 모든 행사를 진두 지휘한 이광래는 훗날 대한민국 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일화를 남기기도 하였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전북 남원에서 공연 때였다. 반세기도 훨씬 더 지난 옛날 일이라 공연 작품명을 잊었지만 지주나 소작농과의 갈등 대목에서 5:5제냐 4:6제냐를 놓고 시비하는 대사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잠시 그 당시의 사회상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진전시키도록 하자.
광복 전 일제강점기 때에는 거의 전부가 3:7제였다. 다시 말해서 3할은 소작인이 가지고 7할은 지주가 차지하는 가렴주구식 제도였다. 그런데 광복이 되자 5:5제가 아니면, 양식있는 지주는 4:6제도를 택하고 있었는데 급진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주로 공산주의자)은 7:3제를 주장하고 있엇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완전히 거꾸로 바뀐 것이다. 그보다 더한 극렬분자들은 땅을 무상 몰수하여 농민에게 무상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표현에서 다소 내가 사용하는 용어와 차이가 있음. 인식의 차이)
첫째 날 공연은 탈없이 넘어갔는데 이튿날 공연 때부터 남로당 남원군당(당시는 군인이었음) 조직원들이 몰려와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작품의 대사를 고치라는 것이다. "무상 몰수하여 무상 분배하다. 만약 이렇게 대사를 바꾸지 않으면 막을 올릴 수 없다. 실력으로 저지하겠다."고…. 이에 광래는 기발한 제안을 내놓는다.
광래는 "지금 관객이 입장하고 있으니 웬만큼 관객의 입장이 끝나면 관객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어떠냐"라고 말한 것이다. 물론 그 당시도 미군정의 경찰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미온적인 경찰의 미지근한 태도가 잘못되면 영영 공연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서 이렇게 대담한(?) 제안을 한 것이다. 여기에서 광래 일생일대의 명연설(?)이 탄생한다. 광래는 관객들에게 사자후를 토했다.
"나도 경상도 바닷가의 마도로스의 아들입니다." 연설의 시작과 함께 남로당원인 듯한 사람의 야유가 터져나왔다.
"마도로스가 뭐여? 그것부터 설명허랑께."
"마도로스는 선주에게 노임을 착취당하는 뱃사람입니다."
장내가 조용해지자 광래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
14화는 이렇게 끝나구나. 잔뜩 기대하고 기다리는 순간에 중간광고가 나오는 기분이랄까... ^^ 어쨌든 어떤 명연설인지는 다음 화에서 확인해봐야 쓰겄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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