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창원MBC 통합문제의 핵심은?
8월 6일 오후 5시, 마산3·15아트센터 강의실에서 <창원MBC와 진주MBC 통합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발제자는 진주MBC 노조 남두용 정책조직부장, 토론자는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 안차수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 김일식 진주YMCA 사무총장이며 민언련의 강창덕 대표가 사회를 봤다. 토론자로 창원MBC쪽에도 요청을 했지만 아무도 토론자로 나서주지 않아 항의의 표시로 빈자리로 남겼다는 게 사회자의 설명이었다.
발제와 토론은 창원·진주MBC 통합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하기야 통합을 주도하는 쪽의 사람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으니 제대로 된 토론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얼핏 보면 토론회가 기자회견으로 비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토론회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주최 측과 창원MBC쪽에 책임이 있다. 왜냐면 발제자가 진주MBC의 노조 집행부장인데다 토론자들도 주로 통합에 반대하는 쪽 사람들로 채워진 데다 그렇다고 해서 공식 토론회임에도 무시하고 참석하지 않은 것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창원MBC의 무책임한 태도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급한 대로 토론회는 통합 반대에 거의 100퍼센트 무게가 실리며 진행됐다. ‘통합 찬성’을 주장하는 패널이 없어 직접 들을 수는 없었지만 MBC가 창원·진주 방송을 통합하려는 이유는 발제자와 토론자들로부터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왜 통합해야 하는가 :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하나의 방송사로 경남권역을 다룸으로써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질 높은 방송을 제작할 수 있다. 들은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는 통합의 장점은 대체로 이 정도.
통합, 왜 반대하는가 :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핵심적인 것은 ‘지역민 무시’로 정리할 수 있겠다. 통합이 되면 서부경남 주민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장 큰 반대 명분이다. 또 종합편성(종편) 광고 강화로 서울MBC의 배불리기 의혹과 통합 후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이다. 진주MBC 구성원에겐 사회적 명분과 사내적 명분이 동시에 존재했다.
찬성의 이유를 자세히 듣지 못해 그런지는 몰라도 통합은 결국 여론의 편중 현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잘못된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안차수 경남대 정치언론학부교수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
김일식 진주YMCA 사무총장
현재 경남과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방송을 하는 KNN은 2006년 부산방송 PSB에서 광역화해 사명을 바꾸고 경남 전역을 방송대상으로 삼았지만 지난 7월 29일 <경남도민일보>에서 보도된 것과 같이 ‘부산 소식이 63%인데 반해 경남은 16%에 그쳤다(경남민언련 분석)’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즉, 창원을 연주소로 한 MBC경남(가칭)은 서부경남지역을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남도청 청사가 있고 인구 100만이 넘는 통합창원시를 중심으로 기자들이 활동을 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렇다면 자연재해 속보가 절실한 지리산 권역의 상황을 제때에 보도할 수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반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진주MBC노조는 “무조건 반대만 하느냐”는 사측의 압력에 세 가지 선결조건을 내세웠다고 한다. 연주소 유지, 광고총량 유지, 고용보장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분석이기도 하다. ‘연주소’를 좀 쉽게 설명하자면 방송사의 주소를 진주에도 둔다는 얘기다. 아직 국내에 이런 형태의 언론사는 없다고 한다.
토론자로 참석한 안차수 경남대 교수는 “MBC의 통합 강행은 5공의 언론 통폐합 그늘이다”고 평가했다. ‘1도 1사’, 즉 한 도에는 신문사 1개만이 가능하다며 별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언론사를 한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묶어버린 5공 인물 허삼수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진주YMCA 김일식 사무총장은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주기를 부탁했다.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은 MBC의 통합 추진이 MB의 묻지마식 밀어붙이기와 다른 게 없다는 점을 상기하고 민주주의 근간인 절차가 무시되면 후에 모두 불행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창덕 사회자는 불참 창원MBC 쪽에 뼈아픈 한마디를 던졌다. “부산 울산 MBC가 통합을 추진할 것이고 이후엔 부산 중심으로 창원의 MBC를 통합하려들 것인데 그때도 창원MBC는 가만히 있을 것인가?”
찬반양론의 균형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나름 그간의 사정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고 통합은 결코 지역주민에게 이로울 수 없다는 큰 명제와 반대 명분을 확실히 깨달았다는 점에서 유익했던 토론이었다.
관련기사 :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2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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