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광 김정옥 개인전 '자연은 나의 친구-동경'
따스한 햇살 움츠린 온몸을 감싸고
봄 바람이 어린 새싹의 볼을 어루만질 때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진다.
십리 논두렁길 따라 이슬 헤치며 등교하던 소싯적
안타까운 마음 도시락 가득히
사랑을 담아주시던 어머니
해가 서산을 물들이면 진 도시락에는 어린쑥이 가득
기니머리 헤쳐 하늘을 휘감는 연기따라 쑥냄새 그윽하다.
무심한 세월 어머니의 머리에 내려앉은 흰 서리는
기억의 선마저 지워버렸다.
닮고 싶지도 따라가고 싶지도 않은
어머니의 힘든 여정
지워지고 끊어진 기억의 선 한모퉁이에 멈춘
수줍음 않은 소녀는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행복의 나래를 펼친다.
김정옥이 작품 '여인의 향기'에 붙여 쓴 시다. 꽃은 한가득 담은 바구니엔 유년의 기억이 오롯이 투영된다. 무거운 짐을 이고 들고 걸어가는 이는 자신의 어머니를 표현했다고 한다.
옥광은 꽃을 많이 그렸다. 이번 전시회에 내건 그림들 대부분 꽃이 등장한다. 꽃 중에서는 해바라기가 출연 횟수로 보면 으뜸이다. 그의 꽃 그림에서 특징은 그저 눈에 보이는 꽃으로 머물지 않고 그 속에 동심을 심었다는 점이다. 꽃 중엔 해바라기가 좀 강열하긴 하다. 그가 해바라기를 많이 그린 이유는 어렸을 적 해바라기를 늘 가까이 했기 때문이란다.
인증샷으로 찍은 이 사진. 꽃 속에 다섯 사람이 뭔가를 하고 있는 이 그림은 상당 시간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대체 뭣을 나타낸 것일까? 옥광은 긴줄넘기를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내가 맞췄다. 찾아오는 관람객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단다. 그러면 춤추는 그림, 달리기 하는 그림 등등 다양한 답이 나온단다. 작가는 긴줄넘기라고 그렸건만 관람자가 춤판이라고 하면 그림은 춤판이 되는 것이다. 오답이 없다. 그게 미술의 매력이기도 하다.
옥광의 그림 중에 운동회의 기억을 그린 게 있는데 큰공들은 코스모스로 피었고 줄다리기를 하는 양 편의 선수들 손엔 줄이 들려있지 않다. 옥광은 왜 줄없는 줄다리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선수당하고 말았다.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 오히려 관람자가 질문을 받고 말았다. 졸지에 화두를 하나 안게 됐다.
옥광은 팸플릿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나의 작품 세계는 식물에 서식하는 곤충이나 벌레, 꽃의 수술 등을 의인화하였으며 삶을 놀이로 비유하거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형상화하기도 한다. 또한 소싯적 놀이들을 자연에 접목하여 '자연은 나의 친구'라는 테마를 주제로 미적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대개 꽃은 정물화의 대상이다. 하지만 옥광에게서 꽃은 역동적 기억을 담은 대상이다. 해피바이러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꽃의 한가운데가 기억을 담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또한 그 동그라미 안에 웃음이 가득찬 두 사람의 표정이 담기기도 한다.
유년의 기억을 대놓고 그린 작품이 '락' 시리즈다. 대체로 연꽃이 있는 연못이 놀이터다. 연밥 구멍에 들어가 놀기도 하고 연잎에서 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팸플릿을 찍은 이 그림 '하모니1'에는 연못에 비친 남녀의 그림자를 넣어 그림이 더욱 역동적이다. 그러잖아도 꽃들이 춤을 추고 체조를 하듯 하고 있는데 말이다. 옥광에게서 연못은 상상이 춤추는 곳인가 보다.
25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제6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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