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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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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회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연출을 맡은 이삼우 감독에게도 말했지만 내 관극 태도의 가장 큰 단점은 감상하려하지 않고 분석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연을 볼때마다 그러는 바람에 어쩌면 이젠 그냥 감상만 한다는 것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관극 습관은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남의 연극을 보기도 전부터 연극 무대에 올라섰으니... 게다가 고등학교 때 연극이라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놈이 극본 쓰고 연출까지 맡았더랬으니... 오죽하랴.


학교에서 연극을 했다는 것은 일종의 족쇄이기도 했다. 4학년 가을학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작품을 올리고 연이어 신문사 취직했다. 자연히 그 바닥을 떠나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후배들은 시연회 때마다 불렀고 갈 때마다 작품을 분석하고 연기를 지적해댔다. 후배들은 그걸 원했고 나는 원하는 만큼 지적질을 해줬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보니가 아니고... (^^;) 나는 언제나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분석하는 데 익숙해졌고 그건 또 기자생활하는 데 일면 도움이 되기도 했다.


<안녕이라 말하지마> 시연회 시작할 때 이삼우 감독이 극을 보고서 배우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갖자는 말만 안 했어도 난 그저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내 처지에 딱 맞는 배역을 아바타 삼아 상상의 세계를 즐겼을 것이다. 극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다 보니 오히려 진짜 연출이 원했던 어떤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연회를 보면서 '분석' 차원에서 염두에 두었던 것은 '인물 캐릭터'였다. 인물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연극의 태동 배경이 현실세계의 배우, 더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등장인물과 배역이 동일인이기 때문에 인물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실 그랬다.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실존인물과 가상배역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았고 어떤 때엔 그게 대사인지 그냥 실제로 말을 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그게 재미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무대에 올려진 모든 상황은 픽션이라는 거. 캐릭터만, 음 내가 보기에 한 85% 정도 배우의 것을 배역에 반영한 것 같다는. 그래, 망구 내 생각. ^^



(술 한 잔 했더니 급 피곤... 나머지는 내일로...)


성철. 나이 80대. 건강상태 반신불수에 정신은 혼미하지만 고집은 그대로. 직업은 연극 연출가이자 극단 대표. 소득수준은 자식들이 극단을 팔자고 할 정도이니 거의 없다고 봐야. 좌우명은 연극에 살고 극단에서 죽는다 뭐 그쯤. 개인적 목표는 그래, 확실하게 드러난다. 죽기전에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꼭 한 번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극단을 만들 때부터 셰익스피어 할려고 극단명까지 '코딜리아'로 했는데 한 번도 올리지 못해 속에 한이 맺혔다. 기질은 괄괄하고 성질이 나면 아무소리나 내뱉고, 하지만 경우를 아는 편.콤플렉스는 아무래도 찬종에 대한 미안함일 것이다.


양훈. 나이 70대. 건강상태는 아주 양호. 직업은 배우이긴 한데 제대로 배우 대접 받은 적이 별로 없는듯. 뭐 그래도 경남연극제에서 대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연기는 인정해줘야 할 듯. 소득수준은 뭐 다른 일로 벌이를 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극단에서 나오는 돈이야 거의 없을 테고... 맨날 얻어먹는 것으로 보아 사는 게 형편없는 듯하다. 그런데 폼은 있는 대로 다 내는 그런 인물형. 좌우명은... 이런 인물형에 좌우명이 있겠냐만 그래도 달아본다면, 그래 폼생폼사. 개인적 목표는 여자랑 한 번 자보는 거? 그리고 연극에서 주연을 한 번 맡아보는 거. 기질은 가볍다. 오해도 잘하고 잘 토라지기도 하고, 저도 선배 말 잘 안들었으면서 후배 말 안듣는다고 불만이나 내비치고. 콤플렉스? 이런 사람한테 그런 게 있겠나.


찬종. 나이 70대. 건강상태 뭐 그다지. 심한 전립선으로 고생은 하는 것 같은데 중요한 건 삶에 별 의지가 없다는 거. 자살 사이트에서 미스 윤을 만난 사실만 봐도 척이다. 직업은 보험외판원. 뭐 좋아서 하는 건 아닐 테고. 한때 배우였고. 소득수준은 그저 먹고살 만큼. 좌우명? 죽을려고 한 사람이 뭐 그런거 지니고 있겠어. 개인적 목표는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분명 있다. 자신의 연기가 아주 좋아져서 성철이 형한테서 인정받는 거. 기질은 욱하는 성질도 있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다. 콤플렉스는 연기가 안 된다는 것.


주인공 세 사람 외에 조연으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미스윤, 최양, 성철의 아들과 딸, 그리고 극단 배우.


미스윤은 자살 사이트에서 찬종을 만나 그의 예술적 기질에 반해 존경하는 인물. 그 자신 또한 시인 반열에 들진 않았지만 시인 비스무리한 행보를 보인다.


그리고 아들과 딸은 생활 형편이 어렵다 보니 극장을 팔자고 아버지를 설득하기도 하고 그게 잘 안되니 돈 때문에 악에 받쳐 극단 사람들과 싸우기도 한다.


최양은 다방 종업원이긴 한데 양훈이 끊은 티켓으로 극단에 왔다가 우연히 연극을 하게 된 인물.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타고난 재능을 보인다. 직업에서 연상되는 보편적 캐릭터를 가졌다.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마지막 씬이다. 정신병원. 과거의 모든 사건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성철의 기억에서 재구성되었다는 것. 그 핵심에 찬종의 죽음이 있다는 것. 이것을 이해하는 순간 작품의 전체 플롯이 일시에 퍼즐맞춰지듯 깔끔하게 정리된다.


오늘 오후 7시 도파니아트홀 첫공연 많은 관람 바란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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