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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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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딛는 걸음걸음 마음의 키가 자랍니다 

장애·비장애 청소년 26명 강원도 태백 황지연못~창원 국토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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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문화교실의 개밥바라기를 찾아서 국토대장정에 나선 장애·비장애 청소년들이 행진 열하루째인 지난 6일 구미시 해평면 도로를 걷고 있다.

 
새벽 4시. 오늘도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국토대장정의 하루가 시작된다. 8월 한낮의 푹푹 찌는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나서 부산을 떨어야 한다. 아침밥을 지어먹고 설거지를 해서 6시가 되면 부랴부랴 대오를 정비해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하루에 걸어야 하는 거리가 적어도 20킬로미터를 넘는다.

창원의 '신나는 문화교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신지체발달장애 청소년과 자원봉사자가 짝을 지어 이 땅을 순례하는 '개밥바라기를 찾아서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8명이 많은 26명이다. 이 중에 장애청소년이 10명이다. 정신지체 1급에서 3급까지 고루 분포됐다.

지난달 26일 경남도청 앞에서 발대식을 하고서 출발지인 강원도 태백시 도심에 있는 황지연못으로 떠났다. 오는 19일까지의 24박 25일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장애학생엔 사회성·자립심, 비장애학생에겐 이해·배려심 키워줘

◇황지 물에 손 씻으며 소원을 빌다 = 황지연못에서 출발에 앞서 낙동강 발원지의 물을 떠서 손을 씻으며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모두 소원은 마음 속에 담았다.

처음 며칠간은 발에 물집도 생기고 해서 많은 고생을 했단다. 폭우에 길이 소실되어 돌아가기도 하고 시내를 만나면 돌다리를 놓아 건너가기도 했다. 그나마 강원도 길은 오르막의 힘듦은 있어도 아름다운 경치와 간혹 만나는 산그늘이 있어서 좋다. 그러나 경북으로 내려오면서 연이은 아스팔트 길을 만나자 여간 고행이 아니다.

기자가 이들을 만난 곳은 대장정 열하룻날째인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 일선리 일선교차로였다. 오전 10시 12분. 뙤약볕이 아스팔트를 한참 달구어 지열이 턱밑을 쏘아대는 데도 모두 의연하게 행진을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힘들어요. 그래도 가야죠" =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기자도 행진에 합류했다. 이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한 걸 후회했다. 아침 6시 30분 낙동초등학교를 출발해 거의 네 시간을 걸어온 이들에게 당키나한 인사인가. 모두 힘들어 보이지만 걸음걸이나 표정은 의연했다. 아니 어쩌면 목표지점만 머릿속에 그리며 달려가는 장거리 마라토너 같기도 했다.

"아이들이 참 잘 걸어요. 오히려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예요." 뒤에서 대오가 처지지 않게 보조를 조절하던 김민정 홍보담당의 말이다.

행렬을 가만히 보면 두 사람씩 짝을 이뤄 걷고 있다. 왼쪽은 장애청소년이고 오른쪽에서 손을 잡고 있거나 끈으로 연결된 사람은 자원봉사자들이다.

행진을 하면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고두경(단국대 4) 씨의 옆으로 갔다. "힘들지 않나요?" "아유, 힘들죠. 그래도 가야죠." 신나는 문화교실 카페(cafe.daum.net/NICEROOM)를 보고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게 됐다는 두경 씨는 이렇게 고생은 하지만 후회해본 적은 없단다. "처음엔 서로 말도 못 붙이고 서먹했어요. 하지만 이틀 사흘이 지나면서 아주 친하게 됐어요."

◇대장정에서 만나는 마음씨 좋은 사람들 = 8월 한낮 그늘도 없는 아스팔트 도로를 한 시간을 넘게 쉬지않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너무 참기 어려워 머리에 물을 뿌리는 친구가 있지만 마시는 것만큼은 자제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빨리 지칠뿐만 아니라 탈수증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배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기자와 합류한지 한시간 가까이 됐나보다. 길가에 식당이 보여 잠시 휴식을 하기로 했다. 식당 주인아저씨가 일행을 반긴다. 고생이 많다며 시원한 물을 내놓는다. 창원에 있는 단체라고 하니 자신도 경남대 출신이라며 더욱 반가워한다.

"국토대장정을 하다보면 이런 친절한 분을 많이 만납니다. 마을회관이나 식당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대개 친절하게 맞아줍니다." 이채연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휴식이 끝나고 다시 출발할 때 식당 주인 김인화 씨는 일행에게 음료수 한 박스를 선물한다.

◇행진하며 꿈을 키우는 장애 학생들 = 지체 발달장애 3급 최기원(고3) 학생은 꿈이 방송 카메라 기사가 되는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장래희망을 설정했는데 여전히 꿈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장정을 통해 그 꿈을 더 다지고 키울 것이라고 했다. 물론 살을 빼고 싶다는 솔직한 이유도 덧붙였다.

최기원 학생과 짝을 이룬 자원봉사자는 중학교 1학년인 김준희 학생이다. 중국 칭다오에서 왔다. 미국국제학교에 다닌다. 부친 따라 초등학교 5학년 때 중국으로 갔다가 이번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와서는 카페를 보고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됐단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고국의 땅을 오랫동안 여행할 수 있고 장애친구들과 함께한다는 데 호기심이 생겨 지원했단다.

이채연 사무국장은 준희 학생도 이번 대장정에서 장애청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이해와 배려에 초점 맞춘 대장정 = 낮 12시 46분. 행렬은 목적지인 구미시 해평면 월호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미리 해놓은 밥을 모두 스스로 먹을 만큼 챙겨 먹는다. 물론 설거지도 자신의 몫이다. 1급 장애라도 그것만은 스스로 해야 한다. 혼자 하기 너무 어려운 것이야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긴 하지만 장애학생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짝을 이룬 자원봉사자의 몫이다.

기나긴 대장정에서 장애학생들만 사회성을 기르고 꿈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자원봉사자들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려를 익히고 부지런함과 극기를 배운다.

이 사무국장은 "사실 개밥바라기 국토대장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운 날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는 장애청소년들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그것보다 함께 생활하며 올바른 생활습관을 배우고 서로 이해하는 기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이 사회에 나갔을 때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한 자원봉사 학생은 일지에 이렇게 썼다. "나중에 샤워할 때 보니 수영이 발바닥에 물집이 많이 잡혔다. 참고 걸었을 수영이를 생각해 보니 빨리 가자고 보챘던 것이 미안했다."

신나는 문화교실 개밥바라기는 대장정 동안 '마니또 정하기' '종이배에 꿈 적어 띄우기' '별자리 이야기'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오는 19일 경남도청에 도착할 때까지 이들의 도전과 극기, 그리고 함께하는 이해와 배려가 계속 될것이다. 참가자들 모두 24박 25일의 대장정을 마치고 나면 훌쩍 성장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 않을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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