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제 관람했던 여섯 작품+1 짧은 감상평
첫 주 금요일(3월 31일)에 한 작품 김해 이루마의 '거기 사람이 있었다', 토요일(4월 1일) 거제 예도의 '어쩌다보니', 다음주 금요일(4월 7일) 창원예술극단의 '소풍', 토요일(4월 8일) 창원 미소의 '황혼의 노래', 마산 객석과 무대의 '죽어도 웃는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 일요일 폐막식 앞에 열렸던 양산의 '챙' 이렇게 여섯 작품을 보았다. 총 14작품 중에 6개를 보았으니 적게 본 편은 아니다. 여기에 작년에 보았던 밀양 메들리의 '다섯 손가락'까지 합치면 반타작은 한 셈이다.
언제 기회가 되면 기억을 되살려 작품 하나하나 깊게 들어가보고 싶다. 일단 본 작품들을 중심으로 아주 짧게 문제의식을 화두로 삼아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연출력, 연기력은 내맘대로 별점의 대상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거기 사람이 있었다
먼저 '거기 사람이 있었다'. 이 작품은 지역 언론의 역할을 다룬 극이다. 좁디좁은 동네의 신문사가 화끈한 이슈성 기사와 사람사는 향기가 있는 이웃의 이야기 중에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는가를 화두로 삼았다. 사장과 김기호 기자 대 편집국장과 이순심 기자, 양측의 인식 대립을 통해 언론의 진정한 가치를 고민했다.
내맘대로 별점 ★★★☆☆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작품을 보면 모티브 차원에서 로뎅의 조각품 '칼레의 시민'이 연상된다. 병자호란 때 청의 사신이 점령한 거제에서 세 사람이 주민을 대신해 죽는다면 몰살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한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희생양은 억지로 끌려나온 사람이 아닌 진정 스스로 타인을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고위직, 부자, 학자라는 존재는 과연 높은 사회적 신분에 어울리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할 수 있을까. 오늘날 이러한 사회 지도층 사람들은 과연 국민을 대신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이 화두다. 참고로 이 작품에는 나도 출연했다. 관객이 참여하는 콘셉트라 '어쩌다 보니' 무대에 불려 올라가게 되었는데, 여러 역을 소화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내맘대로 별점 ★★★★☆
소풍
'소풍' 이 작품은 왕년에 잘나갔던 연출가 준호와 치매 걸린 아내 둘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관조하게 한다. 정작 준호 자신도 대장암 말기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다. 자식들은 다 따로 산다. 막내 예림이만 생활비를 보태줄 뿐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똑똑한 강아지 '눈치'가 있어 외롭지 않다. 오늘날을 사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일 게다. 극은 마지막에 화두를 던졌다. 혈관성 치매를 앓던 둘자가 죽자 준호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지막 장면처럼 독극물을 마시고 생을 마감한다. 이제 이 집엔 '눈치'만 남았다. 진정한 '사느냐 죽느냐' 문제를 현실의 시점에서 고민하게 했다.
내맘대로 별점 ★★★★☆
황혼의 노래
'황혼의 노래'는 전반적인 콘셉트가 창원예술극단의 '소풍'과 유사하다. 노부부 이야기를 다루면서 종내엔 부부가 죽음을 선택하는 이야기다. 폐지 줍는 할머니 옥련과 40년 만에 집에 돌아온 남편 판수를 통해 가족문제, 죽음의 선택 문제를 고민했다. 이 극에서도 아내 옥련은 치매에 걸려 남편과 자녀를 툭하면 알아보지 못한다. 딸과 아들은 판수 이름으로 된 집을 물려받는다는 조건으로 잠시 어머니 곁에 머물도록 하지만 어머니가 치매라는 사실을 알고는 서로 모시기를 미룬다. 자녀들마저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오늘날의 사회분위기를 반영했다. 그런 새끼들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 판수의 결심은 과연 옳은 것일까?
내맘대로 별점 ★★★★☆
'죽어도 웃는다'. 역사극 형태를 띠긴 했지만 권력 암투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왕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인가'하는 화두를 던졌다. 물론 극 속에선 왕을 따라서 죽은 주치의 말에 답이 있다. '잘 죽었다'고. 말하자면 웃으면 죽는 병에 걸린 왕이 그 병을 비밀로 했지만 어느새 새어나가고 생모가 아닌 어머니 대비가 준 독이 든 죽을 먹지만 웃으면서 죽음을 택한다. 대비의 계략을 폭로하기 위해 주치의가 그 독죽을 먹음으로써 왕을 따라 죽게 되는데, 문제는 이제 권력을 쥔 대비가 친 아들을 내세워 대리청정을 하게 되는데... 과연 누가 대비의 살인혐의를 파헤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주치의는 자신이 그렇게 죽음으로써 모든 사실이 밝혀질 거라고 믿는다. 뭐야 대체?
내맘대로 별점 ★★☆☆☆
챙
'챙'은 비행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연주자에 관한 이야기다. 평소 존재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도 결정적일 때 '챙'하고 클라이막스에 힘을 보태는 연주자의 존재 의미. 오케스트라의 미국 공연에서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은 자기가 연주할 시점에 일어서서 '챙'하고 치려했으나 지휘자가 치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아 치지 않는다. 그 일로 오케스트라에서 쫓겨갈 처지에 놓이지만 지휘자를 비롯해 단원들의 공동사표 제출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사직을 면하게 된다. 함석진은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로서의 역할은 미미하지만 조직 속에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포용하는 사람으로 좋은 인상의 동료다. 극작가 이강백은 심벌즈 연주자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듯하다. 이 작품에도 내가 관객 참여 장치에 의해 무대에 올라갔다. 어쩌다 보니에서 한 번 당했던 터라 배우가 사람을 물색하려 객석으로 내려왔을 때 일부러 안 뽑히려고 피했는데... 주변에 남자가 나 혼자 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끌려 올라갔다. 이러다 관객 역할 전속 배우가 될 것만 같다. 이 극은 화두를 던져주기보다는 교훈을 던져주었다.
내맘대로 별점 ★★★☆☆
다섯 손가락
'다섯 손가락' 이 연극은 이번 경남연극제에 출품되었지만 작년 정말 초연 때 이곳 아리랑아트센터에서 보았던 작품이다. 전반적인 작품의 느낌은 영화 '써니'의 감성이 살짝 밴 듯하지만 분위기는 큰 차이가 있다 하겠다. 연극을 한 편 올려보자던 다섯 친구들의 삶과 세월에 관한 보고서란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을 같이 보냈지만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가면서 각자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게도 한다. 그러다 학창시절 연출을 담당했던 현수의 죽음을 통해 다시 만난 친구들은 이제야 다들 힘을 합쳐 연극을 올리자며 화이팅을 외치는데... 그들의 우정은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맘대로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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