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잊혀가는 사회주의 혁명가들의 초상
잊을 수 없는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 임경석 지음/ 역사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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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역사가들은 그들이 목숨을 바쳐 항일운동에 뛰어들었음에도 조선공산당을 주축으로 사회주의운동을 했고 빨치산활동을 했다고 해서 외면하고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말았다.
역사학자 임경석은 이렇게 버림받은 역사를 다시 펴서 다림질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은 일제강점기 민족해방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을 펼친 윤자영, 박헌영, 김단야, 임원근, 강달영, 김철수, 고광수, 남도부, 안병렬, 이렇게 아홉 명의 초상화를 다시 선명하게 그린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사람들은 한이 많은 사람들이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명에 저세상으로 갔다. 더러는 고문 탓에 죽고, 더러는 형장의 이슬이 됐다.
어떤 이는 평생 맞서 싸웠던 적의 첩자라는 누명을 쓴 채 이승을 떠났다. 그들의 영혼이 있다면 필시 저세상으로 건너가지 못한 채 지금도 중음신이 되어 떠돌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사진설명 : 책에 수록된 일제강점기 혁명가들. 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단야 박헌영 임원근 윤자영 강달영 남도부 고광수 김철수. 가운데는 창녕의 한 시골집에서 발굴한 남도부의 유품.
지은이 임경석은 일제강점기엔 이들의 존재를 공공연히 거론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점, 광복 후에도 냉전과 분단의 음울한 분위기에서 언급하는 것이 금기였던 점을 아쉬워했다. 너무 긴 시간이 흐른 탓이다. 자료는 인멸되었고 기억은 점차 색이 바래고 있어서다.
일제강점기 민족해방운동·사회주의 운동가 9명 재조명
지은이가 사회주의운동가 아홉 명의 사료를 찾는 과정을 소개한 것 중에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빨치산활동을 했던 남도부의 흔적을 찾는 모습이다. 휴전 당시 29세였던 남도부. 빨치산 참가자 성일기의 증언을 토대로 창녕군 대지면 석동 성씨네 집 한 귀퉁이에서 남도부의 유품을 찾으려고 삽을 들고 땅을 파는 모습이다.
"부엌 기둥 주춧돌 옆 땅속 20~30㎝ 깊이에 자그마한 항아리를 파묻었다고 했다. 그러나 찾는 물건은 나오지 않았다.
구덩이는 더 넓어졌고 더 깊어졌다. 급기야 바닥 흙색깔이 바뀌어 거무튀튀한 진흙이 나오기 시작했다. … 그럼 그렇지 거의 50년 전에 땅에 파묻은 문서가 지금껏 남아 있을 리가 있겠나. 파장 분위기였다. … 오후 4시 경이었다.
어! 어! 구덩이 언저리를 더 파내려가던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소리가 터져 나왔다. … 흙더미 사이로 삐죽이 무언가 반질거리는 물체가 보였다." 지은이는 남도부편 후기에서 2001년 10월 21일 발굴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창녕서 찾은 빨치산 남도부 유품 발굴과정 생생히 묘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9/9_34_30_10_blog175209_attach_0_3.jpg?original)
뿐만 아니라 지은이는 한국 사회주의자들의 발자취를 추적하기 위해 러시아 구 코민테른 문서고와 일제 고등경찰이 남긴 사법기록, 스파이가 작성한 정보문서와 주인공들의 학습노트 등을 꼼꼼히 살폈다. 그래서 주인공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의 전개가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사료의 기술이지만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한 묘사가 글 읽기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
생전에 부귀공명과는 전혀 무관했던 사람들, 학생신분, 교수, 농부, 신문기자 등의 직업을 가졌던 이들 아홉 명의 삶 앞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용기와 정열의 '혁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현대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300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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