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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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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우리 가곡 이야기'다. 창원문화재단이 시민을 위한 교양강좌를 여러 개 운영하는데 그 중 3.15아트센터(마산지역)에서 개최한 게 화요명작예술감상회다. 성산아트홀에선 '수요문화대학'을 운영한다. 그리고 퍼뜩 생각나진 않지만 진해문화센터에서도 하는 뭔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시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할 것이란 생각은 변함 없다.


지난 달엔 김소정 극단 상상창꼬 예술감독이 맡아 진행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총 4회 강좌를 들었다. 고전 서사 작품들과 태양의 서커스단 작품, 각종 양식극, 뮤지컬, 그리고 드라마까지. 극의 다양한 장르를 다루면서 각각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떻게 감상해야하는지를 배웠다.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이 있다. 문화, 아는만큼 보인다.




이번 달 프로그램은 성악가들이 주로 부르는 '가곡'이 핵심이다. 강의가 시작되면서 전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설문조사부터 했다. 질문은 1 아는 우리 가곡의 이름을 적어라. 작곡가도, 그리고 어느 시인의 것인지. 2. 아는 성악가를 적어라. 3. 아는 피아니스트를 적어라.


설문이 끝나고 '시험지'(ㅋㅋ)를 거뒀는데 그냥 눈에 띄는 대로 맨 위에 올라온 설문지를 읽었다. 근데 웬걸. 한두 개 빼고 답변을 다했다. 아, 피아니스트 부분은 하나도 적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나는? 사실 가곡 5개 중에서 4개, 성악가 커닝한 거 빼면 2개, 피아니스트는 나 역시 점도 못 찍었고.


여러 클래식 공연을 봤고 그래도 좀 즐긴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아는 인물이 별로 없었다는 게 드러나버렸다. 이 얼마나 큰 발견이냐. 나의 음악 감상 자세가 이젠 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계시다. 클래식이면 누가 썼는지, 누가 연주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음악 그 자체에만 쏙 빠져서는 멱을 감았으니.




가곡이라 함은, 나는 특이하게도 우리 전통 가곡을 먼저 떠올렸다. 우리 지역에 가곡전수관도 있고 중요무형문화재 30호 조순자라는 걸출한 가곡예능보유자도 있었기에 그랬는지 모른다. 전욱용 교수는 '경남도민일보'에 '멍석'이란 코너에 칼럼을 쓰는 분임에도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던 게 더해졌기 때문이기도 할 터이다.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된 건 다행이다.


독일에선 '리트', 프랑스 '샹송', 이탈리아 '칸소네', 음... 미국에선 뭐라고 할까? 포크송? ㅎㅎ 그냥 쏭이다. 가곡을 검색해보면 독일의 '리트'와 많이 연결되어 설명한다. 그쪽이 정통적이란 얘기겠지. 미국언 어떤 가곡이 있을까. 의외로 익숙한 것들이 많다. 오수재너, 스와니강,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켄터키 치킨... 아, 옛집... 등등. 죄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것들이다. 반면에 유럽 가곡은 정통인데도 별로 아는 게 없네. 나나무스꾸리 노래 들어본 적은 있어도 제목이나 음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학교에서 안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음악이 얼마나 미국 중심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아닐까 싶다. 아, '반짝 반짝 작은별... '하는 노래는 익숙하다. 모차르트의 곡이라지.


(글을 쓰다 보면 강의 내용은 뒷전이다. 계속 딴 이야기만 썰썰썰...)




나눠준 페이퍼에 보니 예술가곡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시와 음악을 융합시킨 예술성 있는 가곡을 말하는 것으로 민요나 대중가요, 또는 극적인 요소를 갖는 오페라에서이 아리아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덧붙여 설명한 내용을 보면, "내용면에서 시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시어를 음악적 표현과 일치시키기 위해 최대한 힘을 기울이며 선율은 극적인 표현보다는 서정적인 표현방법에 의해 작곡되어지는 경향이 짙다."


가곡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게 위해 이런 저런 이론을 길게 들었다. 세세한 설명은 건너뛰기로 하고 이날 감상한 작품을 풀어보면 봉선화, 가고파, 청산에 살리라. 또 뭐가 있었지? 설문 때 가고파를 써넣으려다 말았다. 이은상 독재 부역 논쟁은 우리 신문사에서 제기해 한동안 시끌벅적했기에... 이런 게 양심인가? ㅋㅋ 알량하긴 하지만. 산유화를 적었다. 그런데 김소월의 시 가곡 산유화는 김순남의 곡이라는데... 내가 알고 있는 산유화는 남인수의 그 '산유화'가 아니던가... 이런.


엄정행이 부른 '가고파'를 들었다. 엄정행 선생은 우리 가곡을 방송 등을 통해 저변확대에 공이 큰 사람이란다. 그러고 보니 내가 떠올린 몇몇 안되는 성악가에 엄정행이 들어 있다. 조수미와 함께... 나머지 한 사람은 이종훈이다. 누구냐면... 지난 1월 나와 함께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 공연을 했던 바리톤 성악가다. 지역에선 그래도 꽤 알아주는 분이다. 설문에서 바라는 정답?에선 거리가 멀지 몰라도.


어쨌든 가고파 노래를 유튜브를 통해 듣고서 잠깐이지만 그에 대한 정치적 평가로 이야기가 나왔다. 전 교수는 애써 정치적 해석은 피했다. 그것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므로. '가고파'를 들었던 이유는 2000년대 어느 월간지에서 100명의 성악가를 대상으로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가 뭐냐는 설문에 1위를 차지 했기 때문이란다. 전 교수는 이은상 논쟁 이후에 '가고파'에 대한 선호도는 상당히 줄었다고 했다.




'청산에 살리라' 역시 내가 착각한 가곡이다. '금강에 살어리랏다'를 청산으로 알았던 것이다. 전 교수는 곡의 시를 잘 음미해보라 했다. 봉선화와 청산에 살리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 40년대와 70년대를 비교하는 건 무리겠지. 팍팍했던 삶이 일상이었던 시대와 그래도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시대의 노래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곡의 분위기 역시 그것을 반영한다는 얘기다. 청산에 살리라 역시 내가 착각한 곡이긴 하지만 아는 노래다. 바리톤 최현수의 목소리로 들었다.


가곡이 쉽고 감상하기 좋은 장르임에도 일반인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유에 대해 남북으로 갈라진 이데올로기 문제와 가요의 현격한 발전을 들었다. 윤이상이라는 세계적인 작곡가가 있음에도 한국에선 금기시 했던 시기가 있었으며 숱한 월북 시인과 작곡가들의 작품 역시 시대적 비극으로 사장되어야만 했으니. 당시 예술가들의 친일 문제도 뒤늦게 가곡이 외면받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홍난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것을 보면 예술가들이 어떤 입지에 서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얼마전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예술인 블랙리스트 역시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다. 다만 그 예술적 자유, 표현의 자유가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어야 할 개인을 해치게 된다면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친미를 해도 되고 친일을 해도 되고 독재에 입맛을 다시며 온갖 표현의 자유를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적인 비판을 감당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친중도 되고 친러도 된다. 친북도... 아 이건 국가보안법이 있어서 법위반이 되려나... 


우리나라 현대 가곡을 공부하면서 온갖 생각을 다 한다. 우리 가곡이 현실을 새삼 되돌아본 시간이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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