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뭘볼까]행복하다. 그런데 왜 눈물이
‘정인(情人)’이라는 단어는 애틋한 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단어다. 또 사극 드라마에서나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이란 점에서 보면 현대와는 좀 동떨어진 인식의 범주에 놓인 존재이기도 하다. 또 ‘정인’ 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젊은 시절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가슴 아린 사랑, 그 사랑이라는 열병을 앓으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했던 기억 정도이리라.
<정인> 포스터를 한참 보는 중에 2년 전 개봉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기억에서 자동 재생되었다. 89세의 강계열 할머니와 98세의 조병만 할아버지. 생의 마지막까지 소꿉친구처럼 지내다 남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할머니의 표정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분명히 조병만 할아버지에게 강계열 할머니는 ‘정인’이었으리라.
‘정인’은 이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을 이르는 보통명사다. 그런데 극단 나비의 <정인>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이름이 정인이다. 그렇다면 제목 ‘정인’은 보통명사가 아니고 대명사란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작가가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굳이 ‘정인’으로 정한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인>의 작가는 TV드라마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등을 쓴 김은숙이다. 이 두 작품도 제법 인기 있었던 드라마였는데, 더해서 다음 열거하는 작품들을 그의 손끝에서 얼마나 유명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는지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2008년 <온에어>, 2009년 <시티홀>, 2010년 <시크릿 가든>, 2012년 <신사의 품격>, 2013년 <상속자들>, 2016년 <태양의 후예>, 그리고 현재 <도깨비>가 tvN에서 방영 중이다. 비평가들은 그를 ‘로멘틱 코미디의 장인’이란 수식어를 붙여 표현하기도 한다.
연극 <정인>은 어떤 이야기일까. 여자 주인공 정인과 남자 주인공 최혁인은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의 학부모 면담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다. 정인은 학교 선생님이고 최혁인은 학생의 아버지다. 여선생님과 학생의 아버지 사이에 어떤 대화들이 오갔기에 만난 지 20일 만에 청혼이 가능할까.
가족의 반대에도 이들은 결국 결혼식을 올린다. 그런데 이 남자, 정말 할 줄 아는 게 너무 없다. 뚜렷한 직장도 없다. 그래서 아내는 바깥일을 하고 남편은 안일을 한다. 말하자면 남편이 ‘주부’인 셈이다. 어지간한 남자들이라면 다 하는 운전도 못하지요, 벽에 못도 하나 제대로 못 박는다. 그런데 음식 솜씨 하나는 괜찮은 모양이다. 아내 정인을 위해 손두부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여 식탁에 올릴 줄 안다. 그렇게 알콩달콩 살아가는 그들에게 불행이 닥친다.
대개 사람들은 과거 아무리 행복했어도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면 인생 전체가 불행하다고 단정해버리는 잘못을 저지르고 만다. 그러는 순간 자신은 진짜 불행해진다. 정인과 혁인 부부는 갑자기 찾아온 불행을 어떻게 극복할까?
연출을 맡은 김동원 감독은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어 안절부절 못하는 남자와 여자. 한날한시에 죽기를 약속 했다며 남자에게 애교 넘치는 어투로 항상 강조하는 여자. 그런 여자가 너무도 사랑스럽기만 한 남자. 그러나 사랑을 두고 떠나야 하는, 그러나 사랑을 그대로 떠나보내야 하는 연인. 사랑만 하기에도 너무나 안타까운 짧은 시간들. 그들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간절한 사랑,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웃기고 슬픈 이야기들이 흐릿하게 상상된다. 연극을 보게 된다면 그 흐릿한 상상이 비로소 뚜렷해지지 않을까. 극을 보면서 행복의 절정에서 흘리는 애절한 눈물의 짠맛을 한 번씩 맛보는 것도 사는 재미일 터.
배우 손상호, 이예슬, 장영환, 이승택이 출연한다. 오는 16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창원시 용호동 정우상가 뒤 분수광장 옆 나비아트홀에서 공연하며 수·목·금요일엔 오후 8시, 토요일엔 오후 4시, 8시 그리고 일요일은 오후 4시에 무대가 열린다. 연말엔 시간대가 일부 조정이 된다.
현매 3만 원, 예매 1만 5000원이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문의 : 055-27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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