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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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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찾아서]벽사 의식 짙은 굿판 ‘진주오광대’

다섯 문둥이와 팔선녀 등장 특징…풍자에 예술성 더한 연희


진주오광대는 다른 오광대와 비교하면 과장이 짧은 편이다. 4, 5과장을 하나로 합쳐 연희를 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총 4과장이 된다. 마산과 창원의 오광대가 7과장인 거에 비하면 연희가 상당히 압축되었거나 생략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광대는 합천 밤마리오광대에서 전파되었다고 보고 있는데 대개 5과장으로 되어 있다.


오광대라는 말, 여러 설이 있다. 5개 과장으로 되어 있어서 오광대라고 하는 주장도 있고 주로 광대놀이 첫 과장에 등장하는 황, , , , 흑의 오방신장의 광대를 두고 이름이 붙여졌다는 주장도 있다.


오광대란 게 경남지역의 탈놀음에만 붙여진 이름인데다 정월대보름에 주로 행해진 놀이였다는 점에서 벽사의 성격이 강했기에 오방신장을 두고 오광대란 이름이 지어졌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러 오광대놀음 중에서 진주오광대는 벽사의 성격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1과장에 오방신장무가 배치된 데 이어 2과장인 문둥이 과장에서도 다섯 가지 얼굴색을 가진 문둥이가 나와 춤을 추고 극을 풀어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번 진주오광대에 대한 기록은 지난 103일 양산 삽량문화축전 때 연희된 것을 바탕으로 했다. 시간의 제약 때문에 4과장 중에 노장이 소무를 유혹하여 춤을 추는 부분은 빠진 점이 아쉽다.


첫째 마당.


1과장인 오방신장무.중앙과 동서남북의 신들이 진춤을 추고 있다.


오방신장 중 중앙 황제신장의 모습. 역신을 물리친다는 처용도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사대천왕도 그렇거니와 옛사람들은 악귀를 물리치는 신들의 모습을 무섭게 표현했다는 게 우리의 독특한 의식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악사들의 연주가 시작되면 오른쪽에서 오방신장이 차례로 춤을 추며 등장한다. 오방신장의 모습은 다른 가면과 달리 특이한 점이 있다. 오방색의 중치막(소매가 곧은 두루마기)을 입고 있으며 무당이 쓰는 깃이 달린 호수갓을 썼다. 얼굴은 길쭉하다. 게다가 액을 쫓는 역할임을 고려하면 영락없는 처용이다. 처용이 삼국유사에서 표현되었듯이 그는 용의 아들로 신적인 존재다.


오방신장은 신라 헌강왕 때 역신을 쫓은 처용처럼 연희의 시작에 나와 마을에 깃든 역신을 쫓아내는 진춤을 춘다. 다섯 신장은 중앙과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오방진을 펼치고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며 춤을 추는데 때론 중앙 황제신장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진춤을 추기도 한다.


역신을 쫓아내는 춤이 끝나면 들어온 반대쪽으로 퇴장을 한다. 들어올 때엔 황제신장이 먼저 들어왔지만 나갈 때엔 맨 나중에 퇴장을 한다.


둘째 마당.


2과장은 다섯 문둥이들이 나와 병신춤을 추고 화투놀이를 하며 하층민들의 생활상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마당이다.

문둥이 마당에 어딩이가 등장한다. 손님병을 앓는 자식을 데리고 나오는데 문둥이들의 노름돈을 훔쳤다가 곤혹을 치르는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문둥이들이 투전판을 벌여 노는 장면.

어딩이가 판돈을 훔쳤다가 문둥이들에게 잡혀 매질을 당하려는 순간 마마를 앓는 아들 무스러미가 달려나와 아버지를 감싸 보호한다. 몇 번이고 그러한 행동이 되풀이 되자 문둥이들도 이들을 용서한다.

노름돈을 모두 어딩이에게 줘버린 문둥이들, 오히려 좋은 일 해서 기분이 좋다며 멋드러지게 품판을 벌인다.


문둥이 과장이다. 악사들의 연주에 다섯 문둥이가 여러 방향에서 등장해 문둥이 춤을 춘다. 다 떨어진 부채를 든 문둥이도 있고 바가지를 든 문둥이도 있다. 이들의 신분을 가늠케 하는 소품들이다.


과거에 이들의 신분이 어쨌건 간에 현재로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불쌍타 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굿거리 장단에 덧배기춤을 이어가더니 세마치 가락에 흥도 낼 줄 안다.


그런 와중에 얼굴에 마마 자국 가득한 무스러미를 업은 어딩이가 등장한다. 어딩이가 행색은 그래도 양반 출신이라고 하자 문둥이들이 놀린다. 어딩이를 쫓아낸 문둥이들은 노름판을 벌인다. 쫓아낸다고 쫓겨갈 어딩이가 아닌 모양이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기회를 보아 노름판의 돈을 슬쩍 훔쳐 달아난다.


이 과장은 여러 형태로 연희가 되는데 때론 어딩이가 포청에 신고를 해 노름한 문둥이들이 잡혀가기도 하는데 이 판에선 문둥이들이 도망간 어딩이를 잡아 매질을 하려 한다. 어딩이가 매를 맞으려 할 때마다 무스러미가 가로막는다.


어딩이는 자식 병을 고치고자 그랬으니 잘못했다며 용서를 빈다. 사연을은 문둥이들은 그냥 봐주자고 하고 보낸다. 그러고는 한판 신나게 품바타령에 춤을 추고는 말뚝이의 등장과 함께 퇴장한다.


셋째 마당.


어느 오광대놀음에서나 주인공을 뽑으라면 단연코 말뚝이다. 의식으로 치면 오방신장무이겠으나 연희로 치면 말뚝이다. 진주오광대의 말뚝이가 추는 덧배기춤은 일품이다.

진주오광대는 다른 오광대와 달리 양반이 말뚝이를 부르는 게 아니라 말뚝이가 양반들을 불러세운다. 그리고 양반의 약점을 열거하며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또한 진주오광대의 특징이랄 수 있는 팔선녀 춤. 팔선녀가 등장하고 잠시 말뚝이도 어울려 놀다가 퇴장한다.

팔선녀 중 한 사람이 교방춤을 추고 있다.


양반과장이다. 말뚝이가 먼저 등장하는 게 다른 오광대의 양반과장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오광대 특유의 “야, 이노옴~ 말뚝아!”하는 대사가 없다. 대신 말뚝이가 생원을 불러 이런저런 말로써 골탕을 먹인다.


그런 즈음에 팔선녀가 등장하고 양반들은 퇴장한다. 팔선녀가 말뚝이를 둘러싸고 규방춤을 출 때에 말뚝이도 한 가락 어울려 추다가 퇴장하면 무대는 팔선녀 판이 된다. 오광대에서 팔선녀가 등장하는 것은 진주오광대 뿐이다.


팔선녀는 조선 후기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오광대에 문학작품의 내용을 끌어들여 연희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넷째 마당.


영감과 할미의 상봉 장면. 마산과 창원의 오광대에선 둘 다 서로를 찾아 떠돌다 만나는데, 가산오광대는 영감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진주는 영감이 집으로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 할미가 영감을 찾아 떠난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게 처리되고 있다. 할미의 아들이 요강을 비운다든지, 봉사나 의원, 무당의 등장 등이 집이라는 상황의 방증이다.

영감의 발길질 한 번에 할미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영감은 봉사를 불러 경을 한다. 봉사의 갓돌리기가 압권인데 다른 오광대에 비해 속도감을 느끼기엔 좀 부족하다.

오광대의 기본 이야기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내용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과장이 영감할미 과정이다. 인근의 가산오광대에선 영감이 쓰러지고 통영오광대에선 작은어미에 의해 할미가 쓰러졌다가 일어나지 못하고 상여를 탄다. 진주오광대의 할미는 굿을 통해 다시 일어난다.


영감할미과장. 할미가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며 등장한다. 한바탕 춤을 추고 아들을 부른다. 어린 광대가 역할을 맡았다. 할미 이야기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게 소변을 보는 장면이다. 그런데 직접 요강을 뿌리는 게 아니라 아들에게 뿌리라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감 할미의 만남. 그렇게 만났는데, 영감에겐 색시 둘이 딸려왔다. 둘 다 이름에 공주가 붙는다. 시기질투에 불타는 할미는 색시들에게 공격을 퍼붓고 이를 말리는 영감과 옥신각신 다투다 발로 차서 넘어뜨린다.


영감은 아들을 시켜 봉사를 부르고 봉사가 경을 외워도 할미는 미동도 없다. 다시 의원을 불러 치료를 하나 꼼짝 않는 게 할미는 아마도 죽은 것 같다. 봉사에 이은 의원 등장으로 마당은 웃음으로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무당을 불러온다. 무당이 진오귀굿을 펼치며 영감을 때리기도 한다. 그러자 할미가 의식을 차리고 일어난다. 봉사의 경과 의원의 의술로도 깨어나게 하지 못했던 사람을 굿이 살리는 것으로 구성된 것은 진주오광대가 무속에 더 가까이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할미가 살아나면서 모든 광대들이 무대에 나와 흥겨운 춤을 추고 마당을 접는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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