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찾아서]메들리로 감상하는 전래민요놀이
거제시민속놀이보존회 제6회 정기공연…강강술래·고사리끊자·청어엮기 등
50대 이상의 여성이라면 어렸을 때 누구나 해봤음 직한 놀이들. 강강술래, 고사리끊자, 청어엮기와 청어풀기, 그리고 기와밟기, 대문열기 등등.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그것도 보름달이 뜬 훤한 달밤에 빙글빙글 돌면서 노래하고 놀았던 유년의 추억이 하나씩은 있을 터이다.
지난 6일 앞서 소개한 거제팔랑개어장놀이(http://news.gsnd.net/?p=84375)에 이어 펼쳐진 거제시민속놀이보존회(회장 김숙희·이하 보존회)의 제6회 정기공연 ‘전래민요놀이’가 그런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공연이었다. 이 민요놀이는 총 11개의 놀이로 짜여 있다.
첫째판 조개부르기
놀이할 동무들을 불러 모으는 과정이다. “아~ 황댕개 조개야, 우리 산달섬으로 다 오이라” 하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동무들을 부른다.
5명은 노래를 부르고 모인 24명은 놀이를 맡아 공연을 펼쳤다. 이 전통민요놀이는 보존회가 창립된 2010년 처음으로 재현 공연이 되었고 이후 각종 행사에서 공연을 펼쳤고 매년 정기공연을 개최해왔다.
둘째판 강강술래
♬달뜨온다 달뜨온다 우리 마을에 달뜨온다/강강술래/공상야월 일만봉에 달뜨오는 것 보기 좋다/강강술래/오동추야 달 밝아 온데 고향 생각 절로 난다/강강술래/우리 문전 사랑 앞에 임 노는 것 보기 좋다…♬
노래는 중모리로 느릿하다. 자연히 크게 원을 그린 아낙들의 움직임도 느릿하다. 다만, 노래의 흐름에 따라 앞뒤 사람의 간격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원에 변화를 주었다.
♬노루장화 꺾어들고/강강술래/청풍명월로 구경가자/강강술래/노자노자 생전에 놀자/강강술래/죽고 나면 못 노나니/강강술래/공상낙모 제일등에/강강술래/인토백이 젓을 담아/강강술래/깊이 파고 묻었더니/강강술래/움도 싹도 아니 난다…♬
자진모리다. 빠른 가락만큼 아낙들의 동작도 빠르다. 원을 그리다가 태극도 그리고 다양한 모양으로 움직이다가 다시 원을 형성한다. 강강술래가 끝나자 바로 다음 놀이로 연결이 된다.
셋째판 고사리끊자
강강술래의 막판 자진모리 가락은 고사리끊자 놀이에도 계속 이어져 노랫말을 자세히 듣지 않으면 언제 놀이가 바뀌었는지 대번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둥근 원이 어느 순간엔가 일렬로 변형되더니 맨 앞의 아낙이 줄지은 몇 사람 뒤로 가더니 사이로 빠져 나간다. 그렇게 빙글빙글 돌면서 여러 번 반복하여 끄트머리까지 간다.
앞선이가 고사리 끊듯 줄지은 사이를 빠져 나가면 그 뒤쪽은 줄줄이 앉아야 한다. 그러면 앞선이가 서 있는 줄 사이로 빠져나가 결국엔 모두 안게 되는 놀이다. 이어서 바로 앉은 고사리꺽기 놀이가 시작된다. 앞선이는 안은 이들 사이 연결된 손 위로 건너 가고 건너가면 안아 있던 이들이 따라 가려면 서야 하므로 결국엔 모두 서서 다시 원을 만들어 빙글빙글 돌게 된다.
자진모리로 놀이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노랫말이 선창과 후렴 모두 짧기 때문이다. ♬뚝뚝 끊어라/수양산 고사리 껑차/한바꾸미 꺾어서/수양산 고사리 껑차/어느 대문 들어설꼬/수양산 고사리 껑차/남대문을 들어설까/수양산 고사리 껑차/이 다리는 왼 다린데/수양산 고사리 껑차/혼자서만 끄떡하고…♬
넷째판 청어엮기
청어 엮기. 날씨가 좋아야 한다. 그런데 이날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원래대로 대사를 치자면, “동무들아, 오늘 날씨도 좋은데…”하고 설을 풀어야 한다. 여러 공연을 접하면서 알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우리의 전통 민속 공연은 애드립에 강하다는 점이다. 오광대 마당놀이도 그렇고. “동무들아, 청어를 엮을라 카모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오늘 비가 이리 오이 어짜것노? 날씨가 좋다 치고 놀이하자이.”
♬오늘 마산포 청어 한 번 엮어보세!!/마산포 청어야/한두릅 두두릅 엮어라/동래 울상 청어야/두릅두릅이 엮어라/마산포 청어야/해뜩바뜩 청어 엮자/이리로 들어온나/해뜩바뜩 청어 엮자…♬
청어를 엮었으면 풀어야 한다. 푸는 놀이가 엮음이 끝나는 대로 이어진다. ♬마산포 청애야/두릅두릅이 풀어라/동래울산 청애야/두릅두릅이 풀어라…♬ 그렇게 청어엮고 풀기 놀이가 끝나면 노랫가락은 중모리로 바뀐다.
여섯째 판 지애(기와) 밟기
기와를 밟는 중에 자진모리 가락이 나올 수가 없다. 퍼뜩퍼뜩 움직이다가는 떨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애밟기는 맨 뒤의 아낙이 두 사람의 보조를 받으며 앞선이들이 줄지어 허리를 굽힌 위를 기와밟듯이 밟고 걸어가는 놀이다. 맨 앞사람까지 오면 놀이는 끝난다.
♬이 지애가 누지앤고/경상도 놋지앤데/살금살금 밟아보소(매김소리)/어디미 기완고/경상도 놋기와/뭐하러 왔는고/미역캐러 왔다네/몇단이나 캐었는고/쉰닷단 캐었다네/날 한 단 주로모/(모두) 이접 저접 다나가고 작아서 못 주겄네…♬
일곱째 판 대문열기
이 놀이는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간간이 체육 시간에 행해지는 놀이인 모양이다. 낯 익다. ♬어느 대문 들어 설꼬/서울 남대문 들어설까/어느 대문 들어 갈꼬/서울 남대문 쇠 채웠네/그러나 저러나 열어주소/서울 남대문 문 열었소/들어 올만 들어오소/서울 남대문 내 들어간다…♬ 이 노랫가락이 반복되면서 놀이가 진행된다.
맨 먼저 앞선이가 문을 만들고 그 다음 사람이 문을 통과하면 바로 그들 자신이 또 대문이 되고 그 행위가 반복되면서 결국엔 마지막 사람이 빠져 나올떼까지 모두 대문이 되어야 하는 놀이다. 한 사이클을 돌았는데도 노랫가락이 계속 흘러나오면 대문이었던 이가 다시 문으로 들어가 맨끝을 통과하면 다시 대문이 되는 식으로 계속 반복해 놀 수 있다.
여덟째 판 달구새끼 떼어보세
달구새끼 떼기 놀이는 요즘도 레크리에이션에서 종종 등장하는 꼬리잡기 놀이와 유사하다. 다른 점은 떼어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 허리춤을 잡고 있는 바로 앞사람이다. 그 앞사람은 또 그의 앞사람을 놏치면 안되므로 허리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결국 힘이 없는 사람이 앞사람을 놓치게 되는데 이 사람은 다시 누군가의 허리춤을 잡기 위해 여기저기 줄의 맨 뒷사람을 쫓아가며 기회를 노려야 한다.
놀이는 긴 줄이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목하면서 결국 맨 나중에는 모두 이어져 큰 원을 그리게 된다. 이윽고 다음 놀이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아홉째 판 덕석몰기
덕석몰기?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있겠다. 덕석이나 멍석이나 도긴개긴이다. 호남 사투리로는 방송에도 등장하는 표현 ‘도찐개찐’이다. 그거나 이거나 하는 뜻이다. 덕석은 기온이 내려갈 때 소 등에 씌워 추위를 막아주기도 하고 말려야 할 곡식이 있으면 길이나 공터에 덕석을 펼쳐놓고 습기찬 곡식을 말리는 역할도 있다.
때론 잘못한 사람을 잡아다가 덕석말이, 멍석말이를 시키기도 한다. 멍석말이란 죄인을 멍석으로 둘둘 말아 몽둥이 찜질을 하는 체벌이다. 어쨌든 곡식을 말리는 데 가장 많이 활용된다.
♬덕석 몰자 해몰자/똘똘똘…♬ 날씨가 좋지 않아 덕석을 말았으면 다시 날씨가 풀리면 덕석도 풀어야 할 것이다. 자연히 푸는 놀이가 장단의 변화 없이 이어진다.
열번째 판 덕석풀기
“건너방에 장서방 오늘 날씨도 좋은 데 덕석을 또 풀어야 안 되겄나~” 하고 매김소리에 이어 덕석몰자와 반대로 ‘몰자’로 ‘풀자’로 바꾸면 된다.…♬덕석풀자 덕석풀자/똘똘똘똘…♬
열한 번째 판 강강술래
마지막 판이다. 처음에 놀았던 강강수월래로 마무리한다. 이런 기법을 문학에서 수미상관법이라고 한다. 시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다. 간혹 연극에서도 이런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자진모리 장단이 계속 이어진다. ♬강강술래/노루장화 꺾어들고 청풍명월로 구경가자/강강술술/노자노자 생전에 청풍명월로 구경가자…♬
11개의 스토리 라인이 드러났다. 각 놀이 간에도 연결고리를 잘 꿰어 맞춰야 극의 전개가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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