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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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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20:06

(전설텔링)토끼와 거북 전설이 깃든 사천 비토섬

별주부전으로 문학성까지 얻은 이야기…전설의 현장을 찾아서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지금은 다리로 연결되어 섬이라 하기 그렇지만 위성지도로 내려다보면 고래 한 마리가 유유히 해안을 헤엄치는 모습을 한 작지 않은 섬입니다. 이 섬에는 누구나 아는 전설이 스며 있습니다. 바로 토끼와 거북 이야기입니다.


토끼와 거북이야기는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여서 그런지 다양하게 전해 내려옵니다. 이솝우화에서처럼 토끼와 거북이 경주하는 이야기도 그렇고 이 섬에 서린 별주부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토끼와 거북은 따로 떼어놓고도 많은 이야기가 전합니다.


산중호걸 호랑이를 골탕먹이는 꾀많은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바로 토끼입니다. 거북 또한 느리지만 장수의 동물로 꼽히면서 자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특히 김수로왕 설화에 담긴 구지가의 거북은 신비로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비토섬과 월등도를 항공촬영한 안내도.


용궁을 배경으로 한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먼저 고대 인도 설화집인 ‘판차탄트라’에 실린 이야기부터 꺼낼 수밖에 없겠네요. 이 설화집은 6세기 쯤 중세 페리시아어인 파흘라비어로 번역되었다는데, 원본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습니다.


이 ‘판차탄트라’에서는 악어와 원숭이가 유사한 스토리로 등장합니다. 이것이 불전에 실리게 되는데 악어 대신 자라로 스토리 주인공이 변신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불교 경전이 우리나라로 전파되면서 원숭이 대신 토끼가 주연을 꿰차게 되고 별주부전의 원형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토끼와 거북으로 주연이 완전히 대체된 한국형 이야기는 ‘삼국사기’에 전합니다. 바로 ‘귀토설화’입니다. 귀토설화는 신라 선덕여왕 때 김춘추의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차기 무열왕이 되는 김춘추는 백제의 침입으로 신라가 힘겨워지자 고구려로 달려가 청병을 요청합니다.


비토교 입구.


거북교를 건너 이어지는 토끼와 거북이길.


그런데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김춘추에게 원래 고구려 땅이었던 한강 유역의 땅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김춘추가 그것은 안 된다고 하자 연개소문은 그를 옥에 가두어버립니다. 이때 고구려의 한 신하가 김춘추에게 귀토지설, 즉 거북과 토끼 이야기를 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김춘추는 연개소문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하여 자기는 일개 신하이기 때문에 바로 결정할 수는 없고 돌아가서 여왕 폐하께 간청하여 한강유역을 고구려에 주겠노라고 약속하고 신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물론 토끼의 꾀를 응용한 것이지요.


김춘추가 고구려 신하로터 들었다는 귀토설화가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 동쪽 끝 월등도에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이 설화는 월등도 주변의 거북섬과 토끼섬, 목섬으로 인해 전설이 되었고 지금은 이 지역 대표적인 스토리텔링이 되어 있습니다.


남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곤양IC에서 남쪽으로 서포로를 따라 가면 20분도 안 되어 비토섬에 도착합니다. 검섬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비토교가 나옵니다. 여기서 반가운 안내판을 만나게 되는데, 사천시 관광안내도입니다. 안내도 왼쪽엔 ‘별주부전의 배경이 남해안 지방이라는 근거’가 있고 오른쪽엔 ‘사천8경’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읽어보면, ‘토생전’에선 북해 용궁이라 하고 ‘불주부전’에는 동해 용궁, ‘토별가’와 ‘수궁가’ 등에선 남해 용궁으로 전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해와 남해는 이해가 되는데, 북해는 어디일까 싶네요.


비토교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면 또 하나의 다리인 거북교를 건너게 됩니다. 여기서 얼마 못 가 비토섬휴게소를 만나는데 일단 우회전하기로 합니다. 고개를 넘으면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게 됩니다. 바다 건너 멀리 하동 금오산과 큰설산이 보입니다.



생굴회와 굴국밥 등을 판매하는 비닐하우스 식당.


지난 325일 마침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섬들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바닷물도 더없이 깨끗해 보이고요. 곳곳에 비닐하우스로 생굴을 판매하는 곳이 있군요. 바로 생굴회와 굴국밥 등 식사를 해주기도 하네요.


해안도로를 따라 더 들어가면, 사천수협활어위판장을 만나게 되는데 오른쪽으로 난 부두 길을 따라 바다쪽으로 나가면 비토해양낚시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잡는 물고기들을 구경해도 시간가는 줄 모를 것 같네요.



낙지포마을 비토해양낚시공원.


여기서 다시 가던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토끼와 거북 모형이 반깁니다. 월등도 입구입니다. 바로 토끼와 거북 전설이 있는 곳이지요.


토끼와 거북 모형 옆에는 원형 조형물에 ‘별주부전 전설’이란 제목으로 설명문이 있는데,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 목섬에 얽힌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적힌 내용을 옮겨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 설화와는 좀 다른 스토리가 있군요.


월등도 앞 토끼와 거북 조형물과 별주부전 내용을 담은 안내문.


비토섬에서 월등도로 들어가는 갯벌.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린다.


맞은 편 섬이 월등도이고 오른쪽이 거북섬이다.


“서포면 비토, 선전리 선창과 자혜리 돌 끝을 생활터전으로 꾀 많은 토끼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남편 토끼가 용궁에서 온 별주부(거북)의 감언이설에 속아 용궁으로 가게 된다.


용궁에 도착하니, 용왕은 병들어 있고 오직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는 의원의 처방에 따라 자신이 잡혀왔음을 알게 된 토끼는 꾀를 내어 ‘한달 중 달이 커지는 선보름이 되면 간을 꺼내어 말리는데, 지금이 음력 15일이라 월등도 산 중턱 계수나무에 걸어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에 용왕은 토끼의 말을 믿고 다시 육지로 데려다 주라고 별주부에게 명한다.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한 토끼는 발빛에 반사된 육지를 보고 성급히 뛰어내리다 바닷물에 떨어져 죽고 말았으며, 그 자리에 토끼 모양의 섬이 생겨났다(현재의 토끼섬). 토끼를 놓치 별주부는 용왕으로부터 벌 받을 것을 걱정하여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거북 모양의 섬이 되었다(현재의 거북섬). 한편, 부인 토끼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죽어 돌 끝 앞에 있는 섬(현재의 목섬)이 되었다.


현재 이곳 주민들은 월등도(月登島)를 돌당섬이라 부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토끼가 용궁에 잡혀간 후 돌아와 처음 당도한 곳이라는 뜻에서 ‘돌아오다’ 그리고 ‘당도하다’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돌당섬이라 부르고 있다.”


이곳은 기념촬영을 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가 있다면 아주 좋아할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기서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난 길로 내려갑니다. 길 끝에 도착하면 바로 반가운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세의 기적’이라는 키워드로 만나는 지형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건너편에 월등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물이 차서 월등도로 건너갈 수가 없군요. 물이 빠지는 날에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몰려옵니다. 잠시 길을 걸으니 작은 고깃배가 모터소리를 내며 지나갑니다. 물이 빠지면 사람이 건너는 그쪽으로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갑니다.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꼭 공룡발자국을 발견할 것만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경치가 눈이 시리도록 좋습니다. 월등도로 건너가진 못하지만 여기에서 거북섬을 볼 수 있습니다. 볼록한 등에 소나무들이 꼭 우담바라처럼 자라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꺼번에 토끼섬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토끼섬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검섬 검도항으로 향합니다. 검도항으로 가기 위해선 월등도로 들어가기 전에 보았던 별주부전 테마파크로 다시 나와야 합니다.


별주부전테마파크 안내판.


테마파크 주차장 앞에 설치된 토끼아내 조형물. 남편 토끼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테마파크가 한산합니다. 테마파크에는 커다란 토끼상이 있습니다. 남편 토끼를 기다리던 아내 토끼입니다. 새끼토끼들도 주변에 많이 있네요. 살아있는 토끼를 기르는 토끼장이 있는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인지 토끼는 보이지 않습니다.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별주부전 테마파크 이야기 공원이 나옵니다. 삽화와 함께 별주부전을 읽을 수 있는 공원입니다. 놀이터도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하면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연출될 것 같군요.


앞쪽은 컬러로 된 삽화이며 뒤쪽은 해당 이야기가 적혀있다.


포토존 뒤편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


테마파크 가운데엔 양쪽에 거북과 토끼를 대동하고 용왕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여기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 해변으로 난 목책 데크로드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물레방아와 목재로 된 계단을 만납니다.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중봉 정상에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사천대교뿐만 아니라 삼천포대교도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가까이 월등도도 한눈에 들어오고요. 남쪽으로는 남해군의 여러 산들이 바다를 떡하니 가로막고 위용 있게 서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목책 데크로드.


이제 토끼섬과 목섬을 보러 검도항으로 갈 차례입니다. 검도항에 도착하니 월등도 일부에 가려 토끼섬이 일부만 보입니다. 게다가 목섬은 양식장에 가려 아예 보이질 않네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항구에서 따스한 햇볕과 조금 놀다가 나섭니다. 사천대교를 건너면 목섬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하면서 말이죠.


되돌아오는 길 검섬 고개를 넘다가 되돌아 보니 토끼섬이 잘 보이네요. 그 너머로 각산도 눈에 들어옵니다. 목섬 사진은 사천대교를 넘어 선전마을 쯤에서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토끼와 거북 전설의 현장을 모두 확인하였습니다.



오른쪽 월등도에 거의 붙어 있는 토끼섬.


바다 건너 선전마을에서 본 목섬.


별주부전 이야기 배경인 비토섬을 여행하면서 인근에 있는 삼천포 대교와 대방진굴항, 낙조 풍경으로 유명한 실안마을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 얽힌 전설도 되새기고 주변 유명 관광지도 둘러보는 알찬 여행이 되었습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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