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활쏘기 수련 열흘을 넘기면서
활을 배운지 열흘이 지났다. 열흘간의 활쏘기 공부를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정말 어렵고 힘들다' 이다. 신사(新射)가 활쏘기를 시작함에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은 자신의 몸을 활쏘기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이를 궁체가 선다라고 표현한다. 제대로 된 궁체를 갖추기 위해선 발끝부터 시작해 고개의 방향까지 하나하나 유념하면서 자세의 틀을 바로잡아야 한다.
먼저 발의 모양은 비정비팔, 즉 정자도 아니고 팔자도 아니게 서야 하는데 우궁(오른손잡이)이라면 왼쪽 발 끝을 과녁쪽으로 향하되 약간 안으로 당기고 오른쪽 발은 45도 정도로 하여 어깨넓이 만큼 벌리고 선다. 양궁은 과녁과 일직선 상에 양발을 나란히 하여 화살을 쏘지만 국궁은 그렇지 않다.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활의 구조 때문인지 전통의 문제인지 차후 습사를 하면서 깨우칠 일이다.
(단원 김홍도 그림, '활쏘기와 활 얹기' 단원의 <풍속첩-보물 527>에 수록된 그림이다. 그림 왼쪽엔 교사장이 청년에게 활쏘기를 가르치는 모습이고 오른족 위엔 화살이 뒤틀리지 않았나 확인하는 모습, 아래쪽은 활을 얹는 모습이다.)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게 좋다. 발끝에 힘을 주라는 궁사도 있지만 여러 사범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것은 옳지 않다. 발끝에 힘을 주면 몸이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오금과 괄약근에 힘을 주는 것이다. 특히 괄약근에 힘을 주면 몸이 안정되게 세워지고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왼손으로 활의 줌통을 잡을 때는 만작(활을 최대한 당겼을 때, 발사 직전의 상태) 직전까지는 너무 세게 잡으면 안 된다. 정작 발사할 때 활을 짜기(활을 빨래짜듯 손등 방향으로 돌리는 것) 힘들기 때문이다. 처음 사나흘 지났을 때까지 활을 잡자말자 짜는 힘을 주었더니 손목과 중지부터 약지까지 무리가 갔다.(아직도 세 손가락이 뻐근하다.)
왼손의 높이는 엄지 뿌리가 과녁의 왼쪽 모서리에 걸리도록 겨냥해야 한다. 이때 활을 최대한 밀어줘야 하는데 이를 전추태산(前推泰山)이라고 한다. 태산을 밀듯이 밀라는 얘긴 것 같다.
그리고 오른손은 깍지손이라고 하는데 엄지손가락에 깍지를 끼기 때문이다. 활의 현을 맨손으로 당기기 쉽지 않으므로 예부터 깍지를 꼈는데 대체로 소뿔로 만들어진다. 엄지에 낀 깍지로 현을 걸어 당긴다.
깍지손은 오른쪽 어깨만큼 당기고 높이도 어깨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처음 배우는 궁사는 이 자세가 쉽지 않다. 깍지손이 귀 뒤쪽에 머무는데 이렇게 하면 화살이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적절한 사각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깍지손을 이정도 높이로 한다면 줌손(활을 잡은 손)을 더 높이 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왼쪽 팔꿈치와 근육에 무리가 많이 간다. 특히 왼팔은 활을 지탱하는 힘이 필요한데 덜 힘들게 하려면 팔꿈치를 안쪽으로 돌린다. 이를 '죽을 넣는다'고 표현한다.
활은 자신의 체력과 신체조건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데 처음 활을 쏘면서 너무 강한 활을 당기다보면 힘을 기르기도 전에 부작용으로 병원신세를 지는 수가 있다. 그렇다고 너무 약한 활을 잡으면 궁력을 올릴 수 없다. 현을 당겨보아서 약간 힘들다 싶은 것이 제몸에 맞다고 한다. 어느정도 궁력이 오르면 10파운드 정도 높이는 게 순리다.
처음부터 활을 짜라(빨래 짜듯 활을 비트는 것)는 궁사가 있는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을 비트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닌데 그러다가 궁체가 바로 잡히거나 힘이 오르기도 전에 손목 엘보로 고생할 수 있다.
활을 당겨 만작을 하였을 때 최소한 10초 정도는 버텨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쉽게 현을 놓으면 궁력이 오르지 않는다. 현을 당길 때에도 천천히 당기고 놓을 때에도 천천히 해야 한다. 팔굽혀펴기를 할 때 너무 빨리 하고 쉬어버리면 팔에 힘이 오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활쏘기 연습 열흘만에 얻은 교훈이 있다. 빈활을 당기면서 나름대로 자세가 갖춰졌겠지 싶어도 마음으로 자신을 본 모습과 실제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깨우친 것이다. 또한 여러 궁사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자세를 취하다보면 올바른 궁체를 형성할 수 없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그때그때 반론을 제시할 필요까진 없지만 우선 받아들이고 여러 지적을 종합하여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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