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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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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하듯 책을 뒤척이다가 기억 창고에 불을 켜듯 환하게 눈으로 들어오는 그림이 있다. 멕시코 작가 프리다 칼로가 그린 '우주와 대지와 나와 디에고와 세뇨르 홀로틀의 사랑 포옹'. 엇다, 제목도 길다. 왜 이 그림에서 기억창고의 불이 켜졌느냐면, 두어달 전 마산도서관에서 이 그림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당시에 들었던 프리다 칼로의 이 작품이 내포한 코드를 풀어보고 책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에는 또 뭐라고 설명했는지 살펴본다.

 

먼저 프리다 칼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가 없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온갖 불행을 다 짊어진 듯한 이 멕시코 여성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열여덟 한창 나이에 남친과 버스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 척추는 으스러졌고 골반은 세 조각이 났다. 살 수 없을 거라는 진단이 있었지만 칼로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의사가 되려 했던 그였지만 이 일로 화가가 된다. 그의 그림은 아주 인상적이다. 엽기적이기도 하다. 칼로의 엄마는 그의 방에 커다란 거울을 사다가 걸어줬다. 칼로는 늘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칼로 작품 중에 자화상이 많은 이유다.

 

칼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나를 그리는 이유는 너무 자주 외롭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 자화상 중에서도 가장 깊은 심연을 표현한 것이 작품 '우주와 대지와 나와 디에고와 세뇨르 홀로틀의 사랑 포옹'이다.

 

프라다 칼로 작 '우주와 대지와 나와 디에고와 세뇨르 홀로틀의 사랑 포옹'.

 

그림 속으로 들어가보자. 당시 마산도서관에서 강의했던 이성희 미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심포니의 4악장 종결부 전 악장 전 악기가 한꺼번에 울리는 진동처럼 장엄하고 우수적이고 숭고하고 심오한 비애에 초현실적인 심비로움까지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 속 가운데서부터 차곡차곡 확장해가며 시각을 넓혀 보자. 프리다가 아기를 안고 있다. 아기는 그의 남편 디에고다. 디에고는 멕시코 국민화가다. 그리고 이들을 안은 존재가 있다. 대지. 또 대지를 품에 안은 것은 우주의 신이다. 4단계로 품에 안긴 디에고의 이마에는 눈이 하나 더 붙어 있다. 이 눈은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실제로 프리다는 남편 디에고로부터 많은 고통을 받았다. 자기가 이렇게 안아서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프리다는 디에고를 안고 있는 자신을 표현했을까. 미학자 이성희는 "사랑과 증오, 그것을 넘고자 했던 그의 일생이 응축된 장면이다"고 풀이했다.

 

이들을 감싸고 있는 대지의 신 가이아는 메마른 땅에 선인장과 세계수를 쏟아내는 장면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근원적인 모성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전체를 아우르는 우주의 모습은 해와 달, 남성과 여성,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으로 대비해 표현했다. 그리고 제목에서도 언급된 세뇨르 홀로틀은 대지를 지키는 개 역시 프리다의 관념을 대변하는 주요 미장센이다. 사실 홀로틀은 그가 기르던 개의 이름이기도 하다.

 

작품의 전체를 아우르는 철학이 있다. 무엇일까? 태극. 음과 양의 조화를 기반으로 하는 태극 사상이 프리다의 작품 속에 녹아 있다. 프리다의 다른 작품에서도 태극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참고로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이라는 작품을 보면 숨은그림처럼 태극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프리다 칼로 작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

그림이 작아 눈에 보일지 모르나 작품 가운데 해골이 보인다. 해골은 프리다와 디에고 사이에 있다. 이 그림에서 프리다는 디에고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여기서 태극은 프리다 손에 들려있다. 호기심 많은 분은 사이즈가 큰 그림을 구해 살펴보시라.

 

이러한 태극 사상은 멕시코 아즈텍 문화와도 상통한다. 아즈텍 신화는 대립과 모순의 양립을 허용하고 있으니. 프리다는 태극이야말로 모든 대립을 품는 철학이라고 여겼나 보다. 이성희 미학자의 강의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에 있는 이 작품에 관한 설명 간단히 인용해보자.

 

"작품은 프리다의 예술 세계가 멕시코 민족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배경에 희미하게 보이는 형상은 고대 멕시코 신화에 나오는 우주의 어머니, 한가운데 초록색 여성은 대지의 여신이에요. 우주의 어머니는 낮과 밤을 상징하는 거대한 두 팔로 지구의 동식물을 감싸고, 대지의 여신은 가슴에서 흘러나온 젖으로 땅을 풍요롭게 만들어 생명을 키웁니다. 대지의 여신이 품에 안고 있느 ㄴ두 남녀는 프리다와 남편 디에고 리베라입니다."

 

그리고 디에고의 이마에 있는 눈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보자.

 

"디에고의 이마 한가운데 새겨진 눈은 심장의 눈으로 불리는 제3의 눈입니다. 힌두교의 주신 시바 신의 이마 한가운데 제3의 눈이 새겨져 있어요. 이 눈은 지혜, 깨달음을 상징해요. 즉 프리다가 디에고를 신처럼 숭배한다는 뜻이지요."

 

프리다와 디에고, 둘은 멕시코 지폐에도 등장한다. 500페소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데에는 강렬한 그들의 사연 때문일 것이다. 프리다의 작품을 처음으로 평가한 디에고, 어쩌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일 테고,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했던 프리다와 결혼한 디에고 역시 예사롭지 않다. 바람둥이 디에고를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프리다 역시 그 심리가 어떨까 싶다. 이혼했다가 1년 만에 다시 같은 상대와 재혼하기까지 하였으니. 그래서 작품마다 스토리를 품나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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