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무대 오르게 됐던 예도 <어쩌다 보니> 거제 공연
거제 극단 예도 <어쩌다 보니>
6월 26일 오후 8시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극장
거제 극단 예도의 킬링 콘텐츠 <어쩌다 보니>와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인연이 있다. 지난해 이 작품이 밀양서 진행된 경남연극제에 출품됐었다. 그 전부터 이 공연을 내 블로그나 '경남이야기' 사이트를 통해 소개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정작 공연을 본 적이 없었기에 마침 주말 쉬는 날 공연이어서 아내, 막내와 함께 보게 됐다.
연극이 시작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위의 배우들이 작품에 함께할 관객 배우를 뽑는다고 했다. 물론 제법 비싸 보이는 꽃다발을 주겠다며 미끼를 걸고. 꽃다발에 욕심이 생긴 막내가 아빠더러 손을 들라고 했다. 무대에 오르긴 싫지만 막내의 강력한 추천.... 그리고 '손 안들어? 나 사랑하는 거 맞아?'라고 강력히 어필하는 듯한 아내 눈매를 겨우 감당하면서 쭈뼛거리고 있는데... 앞뒤 주변 관객들이 더 손들라고 난리다. '아, 괜히 왔어.ㅠㅠ' 후회한들... 머뭇거리면서 손을 들었지만 배우들이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다시 "아내에게 사랑받고 싶으신 분 힘찬 대답과 함께 손 드세요!" 하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지 뭔가에 홀렸던 건지 "저요!"하고 우렁차게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허걱! 아무도 안들고.. 나 혼자 뿐이다.
그렇게 얼떨결에 어쩌다 보니 인연이 되었는데... 또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이 작품을 연출한 이삼우 감독과도 연을 맺게 되었다.
아래의 글은 한국연극 6월호에 보냈던 기사다. 이번에는 한하균 선생의 타계 소식과 경남청소년연극제 소식까지 합쳐 4건을 보냈더니 양이 많았던지 <어쩌다 보니> 이 작품과 객석과무대의 <락시터>는 지면이 없어 싣지 못하게 됐다. 한국연극 담당자가 양해를 구하는 데 어쩌랴. 아쉽지만 내 블로그에 소화할 밖에.
거제의 극단 예도가 제79회 정기공연으로 <어쩌다 보니>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이 극은 이선경 작 이삼우 연출로 2015년 초연됐다. 연출은 당시 “작정하고 만든 연극도 아니고 그저 웃겨 보자”고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 연극이 3년을 지나면서 영호남연극제에도 나가고 창원코미디 페스티벌, 통영연극예술축제, 울산태화강 납량축제, 게다가 경남연극제까지 수많은 축제에 출품했으며 전국을 순회하다 이번 고향 거제에서 다시 공연하게 됐다.
그저 웃겨보자고 만든 극이긴 하지만 극의 시작 부분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작품이 1712년 청이 조선과의 국경 문제로 마음에 차지 않자 거제현을 점령해버리는 가상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청 황제가 백성을 볼모로 조선 조정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인데 백성을 모조리 죽이게 하고 싶지 않으면 희생양 세 명을 내세우라고 한다. 자칫 거제 백성 모두가 전멸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거제현령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도 담았다. 그러나 극은 그 고민을 이내 웃음코드로 치환하고 만다.
자기 이웃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형방 만갑은 미천한 신분의 백성 한 명을 골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죄 없이 죽어도 누구 한 사람 슬퍼해주지 않을 사람은 누굴까. 만갑이 고른 백성은 백정이다. 그 백정 배역은 관객 중에 한 사람이다. 시점을 다시 공연 초반으로 돌리면, 무대 위의 배우들이 선물을 미끼로 관객 중에 한 사람을 특별출연 배우로 선정한다. 오디션까지 보아 엄선한 특별 게스트다. 현장 캐스팅된 관객은 멀티역을 소화해야 한다. 때론 백정이 되고 때론 주모가 되고 때론 김삿갓이 되기도 한다.
이 백정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할 때 백성들이 봉기한다. 죄없는 사람을, 게다가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사람이 희생양으로 목숨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이유다. 이렇게 사람들이 내 미락 네 미락하는 사이 어쩌다 보니 세 사람으로 압축된다. 그들이 누군고 하니, 당대 거제 최고의 지식인 시형, 최고 권력자인 현령 칠홍, 그리고 최고의 부자인 형방 만갑이다. 이 셋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지간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내세우긴 하지만 서로 관계가 얽혀 억지춘향이 아닐 수 없다.
극이 진행되면서 세 사람의 묘한 관계가 드러나고 드디어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 온다. 이 세 친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극은 매 순간 등장인물에게 난처한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며 진행된다. 역사물인 것 같으면서도 현대적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퓨전역사극이다. 게다가 조선시대 복장을 갖춘 배우들에 반해 즉석 캐스팅된 관객 배우는 평상복 그대로 배역을 소화한다. 무대 위에서 랩을 하기도 하고 요염한 춤을 추기도 한다. 극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무대에 서야 하는, 역할이 작지 않은 배역이다.
관람료는 1만 원. 5월에 공연한 <선녀씨 이야기>, 그리고 이 작품, 10월에 공연될 <아비> 이렇게 세 개의 작품을 묶어 2만 원 짜리 패키지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연출 : 이삼우
출연 : 이삼우, 심봉석, 김진홍, 하미연, 김현수, 진애숙.
문의 : 010-2580-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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