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명작예술감상회]80년대 마산연극3
1986년. 복학하고서 처음 대학연극에 발을 들인 해다. 자연히 이런 저런 연극을 보기도 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아가서는 희곡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국문과 안에 각 장르별 창작 그룹을 조직했었는데... 추동력이 모자라 얼마 하지 못하고 해산하고 말았다. 그게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된다. 그러면서 나는 또 더 연극에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 괜한 썰을...
여튼 창원문화재단이 마련한 문화강좌 '화요명작예술감상회'를 통해 문종근 객석과무대 연출로부터 당시의 팸플릿 자료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가. 언제 창원대 극예술연구회 동아리방에 들어가 30여년 전의 자료가 잘 보존되어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내가 한 작품 자료들도 그대로 남아 있는지... 음... 설레는군.
경남대 18회 정기공연. <모닥불 아침이슬>. 객석과무대 배우로 활동하다 2004년 돌아가신 김태성 선배의 연출 작품이군. 캐스트 중에선 현 객무 상임연출 문종근 감독과 이태환... 어.. 아는 사람이 이정도밖에 없네... 복학하기 전이어서 그런가 보다.
극단마산의 제3회 공연작 <시즈위밴지는 죽었다>. 현태영 연출.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 주차장 옆 보람의 집에서 공연됐다고. '보람의 집'? 없어진 지 15년이 다 된 터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위치가 아마도 지금의 마산의원이 있는 그 건물 아닐까 싶다. 90년대 중반 쯤에 음악 공연을 보러 딱 한 번 간 기억이 난다. 1986년도에 그곳에서 연극을 했다니 놀랍다.
공연을 축하한 극단을 보니 당시 마산에 터를 잡은 극단의 면면을 알 수 있다. 불씨촌(강경윤), 무대(이지훈), 사랑방(송판호), 어릿광대(박낙원). 의외로 거창 극단 입체가 함께 축하를 했다는 것이 이채롭다. 공연축하 광고를 고 추송웅 배우의 명복을 비는 내용으로 편집을 했다는 것도 특이하다. 명복을 빌면서 공연을 축하한다는 것이 어찌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고.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 배우 추송웅은 TV드라마 <달동네>에서 똑순이 아버지로 나와 큰 인기를 얻었더랬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다림질하면서 손과 고개를 교차시켜 "쉭! 쉭!"하던 모습. 그 추송웅 선생이 내 고등학교 선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 또 얼마나 관심갖고 연기를 보게되었던지...
극단 불씨촌의 25회 공연. 알베르트 카뮈의 <오해>. 1986년 7월이면 가을 공연 앞두고 내가 한창 연극 연습을 하던 시기구만. 스태프나 등장인물에 아는 얼굴이 많다. 캐스트 중에 김소정 현 상상창꼬 상임연출, 기획 김미화, 연출 맡은 우정진은 이야기만 들었지 얼굴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구... 86년도 우정진은 몰라도 김경화 김소정은 창원대 학생있었는데... 불씨촌 공연을 했었구나.
경남대 극회 20회 정기공연. 11월 28일. 완월강당. 이 공연은 내가 봤다. 창원대 극회 학생들이 단체로 가서 본 작품이다. 당시 보면서 학생극치고는 정말 투자를 많이 한 무대라고 생각했다. 물론 작품의 수준도 당시 내가 출연했던 <문밖에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 많은 등장인물을 소화할 정도의 동아리 학생이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고... 보고나서 우린 언제 저런 작품 하나 올려보나 그런 생각을 했으니.
창원대 극회의 11회 정기공연 <문밖에서>. 전대명 연출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연출자는 전영도다. 왜 다른 이름을 썼는지 지금 기억을 더듬어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뭔 이유가 있었겠지. 내가 맡은 연대장 역은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리허설 때 러닝타임 2시간 남짓. 그 시간 동안 내 대사는 총 11마디. 그런데... 첫 무대라 얼마나 떨었던지... 몇 안 되는 그 대사마저 까먹어버리고 온갖 사투리로 애드립을 쳐댔으니... 아, 지금 생각해도 낯이 후끈거린다.
문종근 연출의 강의에서 이 팸플릿을 소개하면서 괜히 나를 언급하는 바람에 수강생들의 시선이 죄다 내쪽으로.. 흐.. 게다가 문 감독이 박수까지 유도를... 어찌 낯을 들고 다니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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