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전두환을 떠올린 폴 앤드류 윌리엄스의 '아이히만 쇼'
스토리는 단순하다. 1961년 세기의 생방송, 예루살렘 스튜디오 갤러리의 나치 전범 아이히만 재판을 TV 중계하는 내용을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한 다큐멘터리성 영화다. 다큐와 픽션이 혼합된 형태라 극의 구성이 눈여겨봐졌다만 크게 도드라진 기법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 영화를 보는 관점을 나치 전범 재판의 세계 이목, 그리고 나치의 잔학성과 전범의 뻔뻔하고 태연한 태도를 통해 인간의 악마성 발견. 뭐 그 정도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SKT T라이프 영화관 화면 갈무리.
2015년 제작된 이 영화는 국내에선 올해 3월 개봉됐다. 그리 인기를 끌진 못한듯 하다. 하긴 영화쿼터제 이후 국내 영화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상황에 확실한 눈길을 끌거나 의미가 있는 영화 아니면 외화가 주목받기 쉽지 않은 국내 극장가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영화의 줄거리를 조금 더 덧붙이면, 어느날 나치 전범 아이히만이 1960년 5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스라엘 사람에 의해 체포되었다는 보도와 함께 시작한다. 이스라엘 법정은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공개재판을 하고 이 재판은 전 세계에 방송된다. 그 과정이 줄거리의 핵심인데 영화를 보면서 플롯 흐름을 체크해봤다.
영화를 보면서 플롯 전환 때마다 화면을 정지하고 기록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노릇이다. 영화의 감동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그냥 감상하는 차원이 아닌 플롯을 분석하고 공부하려는 차원이라 감동 부분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겠다.
출연 : 마틴 프리먼, 안소니 라피그리아, 베로이드 휴즈, 니콜라스 우더슨, 안나 루이즈 플로우먼, 레베카 프로트, 앤디 나이맨, 딜란 에드워즈.
<플롯 구조>
1. 1960년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서 이스라엘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2. 이스라엘 방송제작사 예루살렘 스튜디오 갤러리 사장 밀턴 프루트만이 블랙리스트 TV 감독 허위츠에게 연락해 아이히만 재판 생방송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한다.
3. 허위츠가 부랴부랴 예루살렘으로 날아갔지만 제작사는 아직 법원으로부터 방송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4. 프루트만의 아이디어로 재판장에 벽을 새로 세워 카메라를 설치한다. 전혀 재판 진행에 방해를 받지 않을 정도다.
5. 법관들이 재판장에 와서 둘러보지만 촬영 시설이 전혀 없는데도 방송이 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고 방송을 허락한다.
6. 1차 재판이 이루어지고 촬영한 필름은 전세계로 우송되고 이와 함께 프루트만은 나치 잔존세력으로부터 방송을 그만두라는 협박을 받는다.
7. 하지만 세계의 주목을 끈 것도 잠시 강력한 경쟁 상대가 생겼다. 즉 유리 가가린의 달라나 우주선의 출발, 미국과 쿠바의 전쟁 위기 등이 세계인의 관심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8. 허위츠는 계속 아이히만의 표정 변화에 집중하고 그 가운데 프루트만 사무실 앞에서 수류탄 테러가 발생하는데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다.
9. 재판 증언석에 나선 피해자가 총살 장면을 얘기하자 촬영팀 로비치가 과거 기억이 떠올라 힘겨워 한다. 로비치는 허위츠에게 가신이 겪은 장제녹역 현장의 실상을 얘기한다.
10. 방송촬영 중 허위츠는 프리먼과 의견 충돌을 일으킨다. 허위츠는 아이히만 표정 변화에, 프루트만은 증인의 발언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런 중 허위츠의 아내와 아들이 이스라엘로 찾아온다.
11. 재판은 계속 되고 피해자들의 증언에 아이히만은 눈도 꿈쩍 않자 나치 만행 영상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아이히만은 심리적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아이히만의 심경 변화를 기다리던 허위츠는 그의 방을 촬영하겠다고 하고 허락을 받는다.
12. 재판에 유대인 검사가 나서고 검사는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그가 유대인들에게 도로 행국을 제안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든다. 이로써 아이히만은 유죄가 성립되고 그는 나치 전범으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세계 최초의 TV다큐멘터리인 아이히만 재판 방송은 세계 3대 방송영상 상 중에 하나라는 피버디상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을 직접 살해하지 않았지만 죽음으로 몰고간 아이히만, 그는 결국 사형 선고를 받았고 형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이히만을 보는 내내 머리 속에는 대한민국의 한 인물이 아이히만 자리를 대신해 머물러 있었다. 전두환. 그 역시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한 아이히만 같은 살인마다. 마찬가지로 1심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한국 법정의 못난 인정(?) 때문인지 그는 결국 무기징역으로 최종 선고를 받았고 머지 않아 풀려났다. 그리고 지금은 떵떵거리고 잘 살고 있다.
그에게서 죄의식이란 아이히만만큼이나 사치스러운 것일까. 한국의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영웅으로 모시고 있다. 한국과 이스라엘, 너무 큰 차이에 허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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