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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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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 01:00

한때 집이 있었긴 하지만 지금은 없다. 아버지, 어머니 세대를 이어 내 세대에 걸쳐 우리집을 가져본 기간은 10년이 채 안된다.


어렸을 적엔 전세 인상 때문에 이집저집 이사를 다닌 게 손으로도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게 오죽 뇌리에 박였으면 국문과 다닐 때 발표한 시가 '이삿짐을 옮기면서'이겠나. 글을 쓰다 보니 기억이 나서 그 시를 옮겨본다.




이삿짐을 옮기면서



   

 

    셋집 앞마당 푸른 소나무

    할매의 사연은

    가지가지 솔잎마다

    한숨으로 휘감긴다.


    농촌에서 떠나온  지 二十년

    하나뿐인 당신의 아들

    직장 따라 옮긴 것이

    오늘로 열세 번째


    이 곳에서 저 하늘 아래로

    또 다른 타향으로

    ㄱ자 몸을 옮기시던

    할매는

    씨 뿌릴 땅이 없는 농부처럼

    먼 하늘 바라본다.


    나는 어데서 묻힐랑고

    할매 작은 가슴엔

    눈물의 파도가

    자꾸만 밀려온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

    또, 타관에서 머리를 눕혀야 하는

    할매 손마디가

    떨리고 있다.


    이삿짐을 옮기면서

    주소하나 늘어나는 주민등록등본처럼

    주름살 하나 더 늘어난

    할매의

    눈언저리 이슬 속에

    한 잎 떨어지는

    가을의 낙엽.


ㅋㅋ. 이러면서 옛시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어쨌든 이런 기억 때문에 피서지에서 겪은 일은 더욱 내게 낭패감을 안겨줬고 어제 정정당담에 실린 장상환 교수의 8.2부동산 대책에 대한 글이 내게 공감을 일으키게 했나보다. 마침 칼럼 순서라 이렇게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7일 자 정정당담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의 칼럼 '실수요자 보호 위한 주택정책은'을 읽으면서 엊그제 다녀온 피서지에서의 하루가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밀양 표충사 아래 무료 야영장. 여느 유료 야영장이 있는 계곡보다 괜찮은 곳이다. 한 10여 년 전 친구 가족들과 4번 연달아 오다가 이후론 다른 곳으로 갔는데, 올해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다녀오면서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피서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아이들도 대찬성. 예전 이곳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표충사 계곡은 4번 오는 동안 되풀이 훈련된 학습이 있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전날까지 캠핑에 필요한 모든 준비물을 챙겨서 새벽같이 출발했다. 아침 7시에 도착한 표충사 계곡 야영장. 주차장엔 총 70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우리가 도착했을 땐 4분의 1 정도 빈자리였다. 그렇게 일찍 집을 나서면서도 혹시 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했던 것은 기우였다고 생각했다. 우린 1박만 할 것이어서 짐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온 가족이 짐을 하나씩만 들면 그만이었다. 짐이 그다지 무겁지는 않았지만 텐트를 칠 빈 공간을 찾느라 야영장을 세 바퀴 넘게 빙글빙글 돌아다니다 보니까 맥이 풀렸다.


주차된 차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 넓은 야영장엔 빈자리가 없다. 어쩌다 자투리 공간이라도 발견해 자리를 깔려고 하면 이웃 텐트에서 한마디 건네준다. "그 자리에 누가 있어요." 다시 다섯 식구가 짐을 들고 야영장 안을 빙빙 돌았다. 요즘 텐트들은 하나같이 대형으로 나오나 보다. 그 자리에 우리 텐트는 열 개도 더 치겠다 싶다. 게다가 아침 일찍 산책갔는지 어쨌는지 빈 텐트가 수두룩했다. 그제야 직감했다. 먼저 온 사람들이 자기가 아는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잡아놓은 것임을.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거나.


몇 바퀴를 돌아도 빈자리를 찾지 못해 텐트 설치를 포기했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서 우리 표정을 살피더니 묻는다. "혹시 아직 자리 못 잡으셨어요?" 그렇다고 하자 자기를 따라오란다. 큰 천막 아래 텐트가 3개 있고 그 옆에 빈터가 있다. 천막 아래다. 이곳을 사용하란다. 내일 오후에 사람들이 올 것이니 그때까지라도 마음 놓고 사용하란다. 마음 놓고? 주인 없는 무료 야영장에서 우리 식구는 남의 집 얹혀살듯 하루를 보냈다. 옆의 세 텐트는 밤새도록 빈집이었다. 새벽에 산책하러 간다고 야영장을 둘러보니 빈 텐트가 수두룩하다. 운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부지런했어도 맴돌다가 다른 계곡으로 갔을 수 있겠다. 우린 운 좋게도(?) 그 아저씨 눈에 띄었고 작은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오전에 텐트를 걷으니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가는 거냐고. 자리 주인이 따로 있다고 했더니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제 우리처럼. 8·2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장 교수의 지적처럼 전국으로 확대 적용됐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모든 가정이 집을 하나씩 갖고 있다면 부동산이 돈 버는 도구로 춤출 일도 없지 않겠나.


http://www.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544718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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