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균 오동동야화]진짜 소 무대에 등장 우는 소리 대신 큰거만
서서히 이야기가 재미있어진다. 전회 마지막 문장에서 말하는 그 사건이라는 것이 소똥 사건이었구나. 이 사건은 이 글을 읽기 한참 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다. 1993년 경남매일에서 문화부 담당할 때 경남 연극사를 개략적으로 정리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때인 것 기도 하고 아님 외국의 어떤 사례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 이 정체불명의 기시감이란... 한하균 선생의 오동동 야화가 연재될 무렵 난 조사부 업무를 보고 있을 때였는데... 아마도 경남연극이란 월간지도 만들어지던 때 일을 잠깐 도우면서 인가 싶기도 하고.
4월 10일 개막 첫 날 첫 무대였다고 한다. 막이 열리면 소가 등장하게 되어 있는데 소를 몰고 무대로 나갈 방법이 없으니까 농촌 분위기를 돋우기 해해 소의 울음소리를 효과음으로 내기로 하고 경성방송국(지금의 KBS)에 가서 녹음을 해오리고 결정했다.
그런데 당시의 녹음기술과 녹음기는 요즘과 달라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작품의 원작자이면서 '극연' 연출부의 일원이기도 한 광래는 온갖 정성을 다하여 녹음해 왔지만 연습장(리허설)에서 호흡을 맞추면 소리 자체가 소 울음으로 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마저도 박자(때)를 맞추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생각다 못한 광래는 동대문에 나가서 소를 한 마리 천신만고 끝에 구해서 극장 무대 뒤로 끌고 온 것이다. 개막과 함께 손바닥으로 소 엉덩이를 아무리 두들겨도 동대문 우시장에서는 그렇게 잘 울던 소가 울지 않을 뿐 아니라 쇠똥만 한바가지 싸지르는 것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옆에 있던 세트 각목으로 힘쩟 내리쳤더니 소는 우당탕 무대 뒷문을 박차고 달려나가버렸다.
만약 그 소가 객석을 향하여 뒤어 나갔더라면 그날의 공연은 어찌되었을 것인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해질 뿐이야"하시면서 "소가 미련하다지만 소보다 더 미련한 사람이 바로 이 이광래야"라고 무대감독론을 강의하실 때마다 자신을 빗대 사전 준비의 철저함을 강조하시곤 했다.
어쨌거나 공식적인(?) 첫작인 <촌선생>이 대성공리에 끝나자 그 다음해인 1937년에는 무려 3편의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게 된다. <석류나무집> <해질무렵> 그리고 <태양의 집>이 그것이다. 이어서 38년에는 <항구의 노래> <아베마리아의 만종>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꾀하지만 일본이 침략의 독아를 더욱 날카롭게 갈고 있었던 탓에 '극연'은 1938년 4월 '극연좌'로 개편되기도 하고 묘한(?) 현실도피를 꾀하기 위하여 이른바 중간극을 표방하고 나서기도 하였다.
최초로 중간극을 표방하고 나선 단체는 중앙무대였다. 1937년 종로2가에 있던 천일영화사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는데 그 취지는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째 일제의 사상적 탄압을 피하면서 연극은 계속 공연해 보자는 것이요, 둘째는 연극 예술의 순수성(예술성)과 대중성을 교묘하게 융합시켜 보자는 것이었다.
이들의 핵심 멤버는 신재현, 송영, 서월영, 심영, 남궁선 등 주로 동양극장 계열(결코 신파연극은 아니면서 연극의 대중성, 오락성을 중시했던 연극인들)의 인사들과 박상익, 맹만식, 김학수, 이원근, 이화삼, 복혜숙, 전옥, 김영옥, 이백희 등 '극연' 측의 사람들이었다.
말하자면 연극의 3대 요소 중의 하나인 관객의 취향도 중시하면서 연극의 예술성 내지는 순수성을 보다 더 꾀해보자는 절충적 구실을 담당하겠다는 것이 중앙무대였다. 이 무렵(1938) 중앙무대에 상연된 작품이 이광래의 <지는 해>아 입센의 <헬게랜드의 해적> 등이었다.
전자는 '노년과 청춘의 애욕의 갈등'을 다룬 단막극이고 후자는 '정의와 복수'를 그린 비극이다. 두 작품 다 이광래 연출로 부민관(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공연되어 흥행으로도 성공했고, 작품성도 높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광래의 연출은 처음으로 한국에 표현주의 수법을 시하였다"고 이향민은 <비판지> 6권 7호에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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