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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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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전통 성악곡의 백미를 느끼다

가곡전수관 ‘가곡원류’ 수록 가곡 중 아홉 수 공연…선조의 풍류 만끽


오래전에 라디오를 통해 ‘시조(時調)’를 들은 적이 있었다. 시(詩)와 시조가 무엇이 다른지 분간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당시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시조를 듣고서야 시조는 음악 장르요, 시는 문학 장르임을 깨닫게 되었으니 시절가조의 준말이었던 전통 시조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이 늦은 편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노래였던 시조를 유심히 들어보면 평시조냐 사설시조냐 등에 따라 곡이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같은 평시조라면 가사만 다르지 곡이 똑같음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 시조와 함께 정악 혹은 정가로 불렸던 가곡 역시 일반인이 들어서는 시조와 창법이나 곡조에서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가곡집 ‘가곡원류’에 실린 가사들도 대부분 시조로 치면 종장 첫 글자 수가 3인 것과 같다.


가곡원류에선 가사가 대부분 5장으로 구성되는데, 4장이 글자 수 3개다. 3장에서 글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가곡을 편삭대엽(혹은 편수대엽)이라고 하는데, 시조에서 사설시조와 유사하다.


첫 순서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관장이 여창 우조 평거 '노래 삼긴'을 부르고 있다.


조순자 관장과 이수자, 전수장학생 5명이 여창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을 부르고 있다.


삭대엽이란 생소한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가곡’을 이르는 다른 이름이다. 삭대엽에서 ‘엽’은 잎사귀를 이르는 한자다. 요즘에야 “노래 한 곡 불러봐라.” 라는 식으로 청하지만 옛사람들은 “노래 한 잎 불러보게.” 하는 식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노래를 왜 잎사귀에 비유했을까는 숙제로 남긴다.


지난 18일 창원 회원동 가곡전수관에서 가곡원류 공연이 있었다. 총 아홉 수가 공연됐다. 이날 공연 중에 너댓 수를 촬영해놓은 영상을 통해 감상해 보기로 한다.


가야금 반주.


남창 우조 언락 '벽사창이'를 부르고 있는 신용호 가곡 이수자.


해금과 대금, 피리 반주.


첫 순서는 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인 조순자 관장이 맡았다. 여창 우조 평거로 부르는 '노래 삼긴'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곡은 이수자 4명이 부른 여창 우조 두거 ‘한숨은’이다. '평거'는 중간정도의 음역으로 노래를 시작하는 것이며 ‘두거’라는 말은 고악보나 가집 등에서는 ‘조임(調臨)’ ‘존자진한잎’ ‘소삭대엽’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머리를 든다’는 의미로 초장의 시작 부분을 높은 음으로 들어낸다는 말이다.



여창 우조 평거 '노래 삼긴'


노래 산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샤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푸돗던가

진실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 삼긴 : 만든, 시름 : 근심 걱정, 하도할샤 : 많기도 많다, 푸돗던가 : 풀었던가


여창 우조 두거 '한숨은'


한숨은 바람이 되고

눈물은 세우(細雨) 되여

님 자는 창 밖에 불면서 뿌리과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와 볼가 하노라


- 세우 : 가랑비


다섯 번째로 무대에 오른 남창 우조 언락 '벽사창이'는 남자가 부르는 노래다. 언락이 그러하다. 지르는 낙시조라고도 하며 처음부터 높은 음으로 질러서 시작한다. 다음 영상은 일곱 번째 순서인 여창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이다. 환계락은 언락과 달리 남창에는 없고 여창에만 있는 곡조다. 우조에서 계면조로 조바꿈을 원활하게 하는 곡조다. 다음 여덟 번째 여창 계면조 편삭대엽 '모시를'은 편장단으로 삭대엽(가곡)을 부르는데 3장의 싯구가 길어 빠른 속도로 노래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곡도 경쾌하다.


<


남창 우조 언락 '벽사창이'


벽사창(碧紗窓)이 어룬어룬 커널

임만 여겨 펄떡 뛰어 나가 보니

임은 아니 오고 명월이 만정헌데 벽오동 젖은 잎에 봉황이 와서 긴 목을 후여다가 딧 다듬는 그림자로다

마초아

밤일세만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번 하여라


- 벽사창 : 짙푸른 빛깔의 비단을 바른 창 즉 아름다운 여자가 거처하는 곳, 만정헌데 : 뜰에 가득한데, 마초아 : 마침, 남 우일번 : 남에게 무안당할 뻔


여창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 설머 지고

태산준령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 하건마는

가다가

자질려 죽은 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 태산준령 : 높은 산의 험한 고개, 허위허위 : 허우적 허우적, 자질려 : 짓눌려


여창 계면조 편삭대엽 '모시를'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두루 삼아 감삼다가

가다가 한 가운데 뚝 끊쳐 지옵거든 호치단순(皓齒丹脣)으로 홈빨며 감빨아 섬섬옥수로 두 끝 마조 잡아 배붙여 이으리라 저 모시를

우리도

사랑 끊쳐 갈 제 저 모시 같이 이으리라


- 호치단순 : 흰 치아와 붉은 입술, 홈빨며 : 혹 들여 빨며, 감빨아 : 입으로 감아서 빨아, 섬섬옥수 : 부드럽고 고운 여자의 손, 배붙여 : 바비작거리어 비비여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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