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8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0)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04-19 00:03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거문고를 치려다 거문도를 쳤다. 거문도. 여수 인근의 섬 거문도, 혹시 거문고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단세포적인 궁금증이 인 것은 쓸데 없는 것에도 호기심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천성 때문이리라. 결론적으로 거문고와 거문도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거문도는 한자로 컬거에 글월문, 섬도를 쓴다. 이곳에 학문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럼 거문고는? 고구려 왕산악이 중국에서 들여온 칠현금을 제맘대로 뜯어 고쳐 연주를 하려는데 어디서 검은 학들이 날아와 춤을 추자 이름을 거문고라고 붙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전설을 바탕으로 검은학을 소재로한 거문고 연주도 있다.


지난 주 가곡전수관에서 열렸던 '가곡원류' 공연에서 거문고 연주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소리가 가야금에 비해 툰탁하면서도 얌전하단 느낌이 들었고 때론 거친 느낌마저 들었다.


거문고의 줄, 즉 현이 가야금이나 다른 현악기보다 굵다. 중국에서 들여왔던 칠현금이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손으로 뜯지 못하고 나무꼬챙이를 이용해 거문고를 연주하게 되었겠지. 왕산악이 칠현금을 뜯어고치면서 줄은 굵은거 세 개 가는 거 세 개, 해서 6개로 줄이고 안족을 넣고 괘를 달고 해서 그렇게 우리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가곡전수관 공연 거문고 연주 모습. 권영현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삼국사기에 거문고에 관련된 이야기가 전한다.


"처음 진나라 사람이 칠현금을 고구려에 보내 왔다. 고구려 사람들은 그 악기 됨은 아나 그 성음과 타는 법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나라 사람으로 능히 그 소리를 알고 이것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있으면 후하게 상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때 제2상 왕산악이 그 본 모양을 그대로 두고 그 제도를 많이 고치어 만들고 아울러 100여 곡을 지어 이를 연주할 때 검은 학이 날아들어 춤추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 거문고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일부 조금씩 떼어 소개하고자 하는데, 거문고를 처음엔 현학금(玄鶴琴)이라고 했는데 이후 학을 떼고 그문고라고 했다는 설명에 이어 이두 향찰을 풀이한 양주동 박사의 말을 빌려 거문의 어원을 덧붙였다.


"거문의 어원은 '감' 혹은 '검'으로, 신의 옛말이라고 한다. 거문고란 신의 악기라는 뜻이니 그 이름에서부터 신비한 여운이 감돈다 하겠다."


완산악이 100여 곡을 지었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그 중에 지금까지 전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선지를 사용하는 서양의 악보가 고구려 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다. 거문고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악기여서 그랬는지 신라까지 널리 퍼졌던 모양이다.


통일신라 때에 옥보고라는 거문고 연주자가 있었는데, 지리산 운봉 운상원에 들어가 50년 동안이나 거문고를 배우며 30여 개의 신곡을 작곡해 연주했다고 한다. 근데 이 사람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거문고 싱어송라이트가 대중 앞에서 연주는 하지 않고 산구석에 쳐박혀 홀로 풍류를 즐겼을까. 다행히 그를 따르던 제자 송명득과 귀금이 그의 곡과 연주법을 이수해 또 제자들에게 전함으로써 거문고가 더 활성화되었다는 삼국유사의 얘기가 있다.


완산악이 칠현금을 고쳐 만들었다는 거문고의 모습이 오늘날의 것과 같은 것일까? 불행히도 그건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증거자료가 없기 때문인데, 다만 고구려 땅이었던 통구지역의 무용총과 제17호 고분의 벽화에서 거문고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있는데, 이를 거문고로 보기도 한다. 그림에는 줄이 4개 괘가 17개로 그려져 있다.



출처 문화콘텐츠닷컴.



거문고가 그러면 원래 줄이 4개? 그것도 알 수 없다. 고분에 그려진 벽화 속의 그 악기가 거문고란 증거도 없으니 말이다. 다만 그림을 보고서 느끼는 건데, 줄이 그렇게 쎄다면서 여성이 맨손으로 연주를?


어쨌든 빽투더파스트는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오늘의 거문고를 보자. 줄이 6개, 명주실로 만들고, 길이 대략 1미터 50센티 정도, 몸통은 양면으로 되어 있는데 윗면은 초승달 모양의 오동나무고 아랫면은 밤나무를 반듯하게 만들어 붙였다.


음의 높낮이를 표현하게 하는 괘가 16개 붙어 있고 기러기발이라는 안족도 머리부분에 끼워 연주한다. 괘는 2, 3, 4번 줄에 받치고 나머지 세 줄에는 안족을 받친다. 가야금과 달리 연주할 때 쓰는 작대기는 '술대'라고 한다.연주하는 걸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술대로 줄을 한 번 튕겨내고 왼손으로 줄을 흔들어 음이 울리게 하는데 이를 '농현'이라고 한다. 즉 줄을 희롱해 온갖 소리를 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툰탁해서 음역이 별로 안되는 것 같아도 국악기 중에선 가장 음역이 넓다고 한다. 정악에 쓰일 때엔 3옥타브에 이르고 민속악에선 주로 2옥타브 정도로 소화해 낸다.


대개 국악에서 악단이 형성될 때 거문고를 비롯해 가야금, 대금, 해금, 피리, 장구 정도로 편성되는데 이를 '줄풍류'라고 한다. 아주 일반적인 실내악 구성과 유사하단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18일 공연됐던 가곡전수관의 가곡 공연에서의 반주편성이 줄풍류였나 보다.


거문고는 원래 정악에만 쓰였는데 조선 후기에 와서 시나위나 산조 등의 민속악에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거문고의 소리는 아무래도 시조나 가곡 등 정악에 어울린다 생각이다. 가야금 산조도 좋고 내가 풍류만 좀 즐길 줄 안다면 시조 한 수 걸쭉하게 읊어 보고 싶다만. '풍류'하면 술부터 떠올리니 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