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질 대신 나무에 새긴 선비정신
'2016 눌우각사'전 13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제3전시실
눌우각사전, 올해로 다섯 번째 서각전시회다. 訥友刻社(눌우각사)란 말은 한자를 그대로 풀어서 해석하면 말을 어눌하게 하는 서각 친구들의 결사체라는 뜻이다. ‘눌’이라는 말이 논어에서 나온 공자의 말로 ‘訥於言(눌어언)’, 말을 할 땐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게 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예술단체가 이번에 ‘色(색)’이라는 주제로 서각전시회를 개최한 것이다. 창원성산아트홀 제3전시실에서 오는 13일(월요일)까지 진행된다.
‘2016 눌우각사’전은 ‘색’을 주제로 했다.
금속이나 나무 등의 재료에 직접 작품을 새겨 만드는 것을 서각이라고 하고 도장이나 판화와 같이 새겨서 종이 등에 찍어내는 것을 전각이라고 한다. 이러한 차이점도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겠다.
가장 흔한 서각이라고 하면 한옥과 같은 옛 건물에 걸려있는 편액이나 현판에서 발견하는 것들이다. 편액이나 현판을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건물의 입구나 본체 등의 이마 부분에 걸어놓는 것을 ‘편액’이라고 하고 그것을 포함한 널빤지에 글을 적거나 새겨 걸어둔 것을 ‘현판’이라고 한다. 이 개념 역시 알고 작품을 본다면 도움이 되겠다.
함백 남광진 작 ‘아리랑’.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이병남 회장은 “모름지기 서예술 가운데 문자각은 새김질이 매력입니다. 또한 문자각의 꽃은 현대성에서 찾아집니다. 현대적인 작품은 전통에 대한 반기나 시위가 아닙니다. 현대문자각은 시대의 흐름이며, 관람자에게 새로운 만남을 경험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문자문명연구회 김종원 회장은 눌우각사전을 “현대문자예술에서 ‘刻字(각자)’의 세계가 이루고자하는 심미경계는 언행일치의 표현적 세계관에 근거한다. 그 세계관은 부화(浮華)하고 때로는 표리부동한 현대예술에 대한 정문일침의 현실적 요구일지 모른다. 개별적 표현에 대한 자성이자 자인의 명료함을 ‘서자(書字)’하고 ‘각자(刻字)’하여 그 언어 문자의 의미가 행동으로써 완성을 향하는 세계가 그것이다.”라고 격려했다.
완석 정대병 작 ‘천기(하늘의 심오한 조화)’.
전통적으로 서각은 대체로 전서와 예서가 많이 활용되었는데, 현대서각은 이뿐만 아니라 다양산 서체를 활용하거나 개발해 작품을 만든다. 특히 캘리그라피에서 볼 수 있는 감성글씨체를 많이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전시된 서각작품 대부분은 나무에 글을 새긴 작품이다. 대신 ‘검은 글씨 흰 바탕’이라는 전통적 관념을 벗어나 ‘색’을 강조했다. 글씨와 그림, 그리고 바탕이 색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작가적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한 것 같다.
문의 : 010-3584-6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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