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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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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23:13

(전통을 찾아서)또 서부가 이겼으니 풍년일세!

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 영산줄다리기 현장의 염원 담은 열기


아마도 줄다리기를 초등학교 즈음에 처음 해볼 것 같다. 이르면 1학년, 아니면 2학년이나 3학년쯤. , 요즘은 어린이집 다니는 나이 때부터 줄다리기 맛을 느껴볼는지도 모르겠다. 줄다리기는 학교 운동회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주 경기 메뉴다. 올림픽이나 체육대회에서 마라톤이 경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처럼 운동회에선 줄다리기가 피날레를 장식한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꼬마줄다리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줄을 잡고 있다. 영산줄다리기 본 시합이 열리기에 앞서 개최된다.


그만큼 줄다리기는 대동의 놀이요, 놀이의 절정에 서 있다. 줄다리기의 역사는 문헌상으로 기록된 것만 해도 중국 당나라 때 ‘봉씨문견기’란 책에 보면 초나라와 오나라의 전쟁에서 비롯됐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오래됐다.


당나라 봉연(封演)은 그렇게 기록했더라도 이 줄다리기가 농경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더 타당하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대개 정월대보름에 이 놀이가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조금씩 열리는 날이 다르기도 하다. 부산 동래에선 단옷날에 하고 제주도에선 추석에, 전라도 서해안 지역에선 음력 2월 초하룻날 줄다리기를 한다.


경기장으로 수줄이 등장하고 있다. 농악과 마을사람들의 함성이 놀이마당을 가득 메웠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인 창녕의 영산줄다리기는 원래 정월대보름 놀이였다. 그런데 영산에서는 영남지역에서 최초로 삼일만세운동을 펼친 것을 기념해 삼일민속문화제를 개최하면서 이날 줄다리기를 하게 된 것이다. 1961년의 일이다. 음력 정월 대보름이 양력으로 환산하면 대개 31일 이쪽저쪽으로 걸쳐지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31일에 열리지 못했다. 당시 고병원성 AI가 발생, 확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개월이 흐르고서야 51~3일 개최하게 된 것이다. 매년 그러하듯 영산줄다리기는 둘째 날 거행됐다.


영산줄다리기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 전승이 중단되었다가 광복 후 1949년 한 차례 열렸으나 한국전쟁으로 다시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1961년에 삼일문화제에서 다시 모습을 보이면서 전승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1970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다.


영산줄다리기는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대개 뭍에선 동서부로 나뉘고 섬에선 상하촌으로 나뉜다. 편제는 성을 기준으로 성 안쪽인 성내리와 교리는 동부, 성밖인 서리와 동리는 서부로 짜인다.


줄다리기 줄이 수줄과 암줄로 나뉘어 있고 줄의 머리 부분을 비녀목으로 끼워 서로 팽팽하게 당기는 형태로 줄다리기가 이루어지는데, 이처럼 대체로 동부는 남자를 상징하고 서부는 여자를 상징한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암수줄을 거는 과정이 재미있다. 양쪽에서 씨름에서 샅바 싸움을 하듯 실랑이를 한다. 겨우 암줄 머리에 수줄 머리를 넣고 비녀목을 끼우면 일단 줄을 놓고 시작 신호를 기다린다.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농악놀이가 한동안 질펀하게 펼쳐진다. 큰줄을 중심으로 주위를 돌기도 하고 가운데 모여 깃대를 흔들며 흥을 돋우기도 한다. 줄다리기 참가자는 물론이고 마을사람들도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면서 장단을 맞춘다.


양쪽 암수줄 머리를 꿰고 나면 다시 농악이 이어진다. 큰줄 주위를 돌면서 흥을 돋운다.


본부석에서 이제 곧 줄다리기를 시작하겠다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물이 목소리를 낮췄다. 참가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본부석을 바라본다. 군수가 울리는 징소리와 함께 영차영차 줄을 잡았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줄 위에서 호령을 하던 동서부 장군들은 줄이 한쪽으로 쏠릴 때마다 더욱 크게 외친다. “힘내라! 힘내라!” 호루라기도 응원에 가담해 박자를 맞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동부팀이 지고 만다. 여자 쪽인 서부가 이겨야 풍년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작 징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면서 줄을 당긴다.


영차영차. 줄은 서부 쪽으로 끌려만 간다.


동부군 장군이 칼을 휘두르며 응원하지만 불가항력이다.


줄다리기가 끝이 나면 줄을 당긴 참가자는 물론이고 구경을 하던 관중도 대거 줄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손에 닿는 대로 줄을 잘라 간다. 줄다리기에 사용된 줄의 일부를 집에 가져다가 지붕 위에 올려놓거나 따로 보관하면 재수가 좋고 이것이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늘 서부의 승리로 끝나는 줄다리기 시합이지만 끝나고 나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다시 질펀한 풍악과 함께 흥겨운 춤사위가 이어진다. 막걸리 한 동이 비워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줄다리기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저마다 새끼줄을 잘라 한토막씩 가져간다. 액땜용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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