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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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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났다. 경남중장비직업전문학교의 중장비 실습장이 있는 곳이 공교롭게도 북면이다. 북면 화천리 청림주유소에서 산쪽으로 쭉 올라가면 골프연습장이 나오고 그것을 지나 12번과 22번 버스가 다니는 길을 건너 더 올라가면 가파른 도로가 나오는데, 물론 초입엔 중장비실습장 팻말이 세워져있다. 이 길을 따라 차가 어지간히 힘들어한다 싶어도 무시하고 계속 올라가면 군부대 정문과 맞딱뜨리는데 오른쪽이 실습장이다.

 첫날은 그냥 설명만 들었다. 안전수칙과 어떻게 운전하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 실습장 바로 아래쪽에 키우고 있는 개 이야기... 원생들 족구 좀 하고... 하산.

 둘쨋날은 지게차를 따라 다니며 시험을 어떻게 치르는지 설명을 들었다. 지금부턴 주행연습이다. 나는 B조에 들었다. 주민등록상의 나이 순서대로 A조, B조로 나누었는데 내가 B조 1번 타자가 되었다. B조 강사는 진부장이란 사람이다. 연세가 어느정도 드신 분이다. 말투가 걸걸하다. 늘 젊은 사람들을 교육해서 그런지 거침이 없다. 맘에 안 드는 게 눈에 들어오면 욕도 바로 튀어나온다.

처음 지게차 운전대를 잡았을 때 진부장의 고함 때문에 정신이 얼얼하다. "지체차 핸들은 많이 돌리지 말랬지?" "아니, 어디로 가? 자동차와 똑 같단 말이야!" "춤을 춘다, 춤을 춰!"

 일반 승용차와 별 다른 게 없다는데 이놈의 지게차는 마음 먹은 대로 가질 않는다.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휙 꺾인다. 뒤로 해서 돌아 올 때엔 핸들을 어느쪽으로 감아야 뒷바퀴 조향이 제대로 되는지 굉장히 헷갈린다. 다행히 첫 주행에서 탈선을 하진 않았지만 땀깨나 뺐다. 다른 사람들이 타는 것을 봤다. 그런데 지게차를 전에도 타본 적이 있는 치들이 많아서 그런지 나처럼 더듬거리는 사람은 몇 없었다.

 두번째 탔을 땐 훨씬 부드럽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뒤로 돌아나올 때 헷갈리던 것도 바로 잡혔다. 그래서 한바퀴 돌고 지게차에서 내려서면서 다음 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 번째 타니까 헷갈리는 것도 없고 훨씬 낫네요."

 셋쨋날, 넷쨋날, 다섯쨋날이 지났다. 나흘째부턴 슬슬 타기 싫어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처음 설명 듣기로 한 사람이 20분에서 30분 정도 탈 거라고 했는데 열심인 사람은 50분 가까이 탈 수도 있겠다. 닷새째엔 점심을 원생들이 모두 모여 자리 펴고 돼지 수육을 해먹었다. 합성동 학원 강의실에 앉아서 교육 받을 때완 천지차이다. 다른 사람이 지게차를 타는 동안 사람들은 운동을 한다. 탁구를 하기도 하고 족구를 하기도 하고, 배드민턴도 보고, 그런 게 싫은 사람은 TV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물론 독서를 하는 사람도 서넛은 된다. 나 역시 사흘째부터 독서를 했는데 차례에 신경이 쓰여 그렇기도 하려니와 수시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하루 시간이 금세 다 간다.

 

지게차의 코스는 옛날 호박고누라고 하는 놀이의 말판과 유사하다. 자동차를 20년 넘게 운전을 해서 그런지 이틀째 되는 날부터는 아주 세세한 라인에 신경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주행에 익숙해졌다. 다시 말하자면 너무 쉬운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흘째 되는 날 우리가 마치기 전 시각에 앞 기수 사람들이 올라와 연습을 기다렸다. 모두 떨어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수가 제법된다. 연습하는 것을 보니 다들 잘 하는데 떨어졌단다. 모두 시간초과란다. 주행은 별 것 아닌데 팔레트 작업을 하는 것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엔 주행뿐만 아니라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운전을 했다. 팔레트 구멍에 포크가 정확하게 들어갈 정도로 지게차를 대지 못하면 다시 운전을 해서 맞춘 다음 주행을 이어나갔다. 그랬더니 어디서 속도를 내고 어디서 줄여야하는지 감이 서서히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날더러 이제 아주 여유롭게 운전을 한다고 말한다. 처음 벅벅대는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아직 한 달이란 기간이 남아있으니 연습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 몇몇 사람들은 벌써부터 공식대로 하지 않고 나름대로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데 별로 좋은 모습으로 비쳐지진 않는다.

 공식에 맞추되 나름대로 주행코스 위에 왔다갔다 해선 안 될 주행선을 마음의 눈으로 그어놓아야 하는데 아직 할때마다 들쭉날쭉하는 사람이 있다. 시험치는 날에도 이런 식이면 합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루에 백번을 타더라도 앞번과 똑 같은 라인을 따라 지게차를 몰아서 돌아오는 게 최상의 합격 전략임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지게차를 몰고 코스를 한 바퀴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분이다. 작업을 하는 데 넉넉하게 1분 30초를 잡는다면 3분 30초 정도로 통과할 수 있다. 4분이 넘으면 시간초과가 되므로 팔레트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작업 행위 번복을 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면 합격은 무난하겠다.

  지게차를 타고 연습을 한다. 또 일주일 주행연습을 하지만 할 때마다 실수를 얼마만큼이나 하지 않느냐에 신경을 쓰다보면 이 기간이 지겹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책을 한 권 가져가 볼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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