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250년 역사 마산성신대제 공연으로 재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8호 지정 기념 지난 2일 마산수협공판장서 개최
지난 2일 오전 10시 마산수협공판장 너른 터. 선창걸립패가 풍물을 울리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 좀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이젠 완전히 그쳤다. 바다를 마주 보는 공판장 한쪽에는 객석이 마련되어 있고 바다 쪽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번 성신대제 행사에는 ‘공연’이란 단어가 덧붙여 있다. 말하자면 성신대제를 전통대로 지내는 것이 아니고 전체의 과정을 ‘공연’용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렇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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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10시 마산수협공판장 바닷가에 성신위 위패를 모신 제단이 꾸려졌고 만장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마산성신대제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
원래 성신대제는 10년에 한 번꼴로 열리는 큰 제전으로 보름 전부터 행사를 준비한다. 1년에 한 번씩 여는 기제, 5년에 한 번씩 여는 중제와 함께 세 가지 형태로 지냈는데, 작금에 이르러 대제의 원형을 복원하고 마침내 마산의 고유 민속문화로 인정받아 지난 5월 4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받았다. 이번 공연은 그 기념으로 마련됐다.
성신대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14년 9월 말에서 10월 초순까지 3회에 걸쳐 ‘전통을 찾아서’ 코너에서 다룬 적이 있으므로 참고하면 되겠다. (아래 관련기사 참고)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온 선창걸립패들이 한마당 풍물을 울리고 있다.
걸립패 상쇠가 액풀이하는 내용으로 월령가를 부르고 있다.
행사는 선창걸립패가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공판장에서 한바탕 거방지게 풍물을 놓고는 걸립패 상쇠가 액풀이로 월령가를 불렀다. 이렇게 한마당놀이가 끝나고 임영주 마산문화원장이 성신대제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게 된 내역과 성신대제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이윽고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손동현 공연단장의 신호에 따라 다시 한마당놀이가 시작되고 이 한마당놀이에 이어 신목지정, 신목베러가기, 산신제, 신목베기, 신목운반, 중천맥이굿, 목도꾼 휴식, 신목 선창으로 이동 등의 과정을 재현했다. 여기까지가 성신대제 준비단계다.
목도꾼들이 산으로 지정된 신목을 베러 가기 위해 입에 ‘하미’라는 흰색 한지를 물고 있다.
제주가 지정된 앞에 와서 금줄을 걷어내고 있다.
이날 공연은 성신대제의 압축판이므로 행사 진행을 논의하는 과정과 신목을 지정하는 과정, 성신제당에 금줄치기, 제물 준비 과정 등이 생략됐다.
한마당 풍물이 끝나고서 목도꾼들이 경건함을 유지하기 위해 ‘하미(하얀색 한지)’를 입에 물고 신목이 있는 곳으로 떠난다.
제주가 앞장을 서고 바로 뒤에는 산신제에 쓸 음식을 운반하는 바지게꾼이 따르고 구 듀ㅏ애 목도꾼들이 뒤를 따른다. 행렬의 끝에는 풍물패가 따르고 있다.
신목에 도착하면 제주는 우선 금줄을 걷어내고 제사상을 차려 산신제를 지낸다. 신목의 안전 운반과 주민의 안녕을 위하는 내용이다.
신목 앞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제주와 목도꾼들이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제관들은 산신제를 지내는 중에 동서남북 돌아가면서 산신에게 절을 한다.
나무꾼이 도끼로 신목을 베고 있다.
산신제가 끝나면 나무꾼이 산신님께 신목을 벤다고 고하고 도끼로 신목 밑동을 찍어 내린다. 그렇게 해서 나무가 넘어가면 잔가지들을 다듬고 목도꾼들이 신목을 어깨목에 걸어 산에서 내려온다.
목도꾼들이 무거운 신목을 메고 내려오는 데 노래가 없을 수 없다. “허여차 허여~/조심조심 허여~/발맞춰 허여”하고 앞소리를 하면 목도꾼들이 받아서 “허여차 허여~”하고 후렴을 한다.
그렇게 안전하게 반쯤 내려와서는 휴식을 취하게 된다. 휴식을 취할 때엔 가져온 술과 떡 등의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 간혹 쉬는 동안에 씨름을 벌이기도 하는데 조심하고 경건해야 할 신목운반이어서 바로 제주의 제지를 받는다.
신목을 메고 산을 내려오던 목도꾼들이 쉬어가는 참에 술과 음식이 나온다.
이 즈음에 무녀가 중천맥이굿을 하며 신목이 무사히 이동되기를 기원한다.
신목이 운반되는 중에 소복차림의 무녀는 중천맥이굿을 한다. 주로 합장해 비는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신목이 무사히 선창까지 이동되기를 바라는 염원이다.
선창에 도착하면 신목 상단 끄트머리에 가로목을 덧대고 또 이 가로목에는 다섯 개의 전발을 달아 신대를 세운다. 전발은 하얀 방울주머니로 주먹만 하다. 별신대가 세워지면 금줄을 두르고 다시 무녀가 굿을 한다. 이를 선고굿이라고 한다.
무녀가 징을 치며 선고굿을 하고 있다.
선고굿은 무녀가 성신님에게 신대를 세웠다고 선고하는 굿이다. 이렇게 선고굿이 끝나면 다시 대동한마당이 이어진다. 마을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풍물을 치며 질펀하게 논다.
이어지는 순서는 성신제의다. 원래 성신제의는 별신대를 세우고 깊은 밤에 제관들이 성신제당에서 뱃길의 안전과 주민의 안녕을 염원하며 올리는 제의다. 성신제의는 유교식으로 진행된다.
성신제의는 유교식으로 진행된다.
성신제의는 청행례(제의 시작을 알리는 절차), 영신례(신을 맞이하는 의례), 초헌례(초헌관이 맡아 첫 술잔을 올리는 과정), 아헌례(아헌관이 두번째 술잔을 올리고), 종헌례(종헌관이 마지막 술잔을 올린다), 그리고 망료례(제의에 썼던 축문이나 지방을 태우는 절차) 순으로 진행된다.
제사를 지낸 다음엔 원래 별신굿과 오광대 탈놀이, 풍물놀이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이날 별신굿은 압축된 공연이었던 터라 부정굿과 군웅굿 이 두 가지를 진행했다. 이번 성신대제 공연에서 진행된 별신굿은 남해안별신굿(중요무형문화재 제82-라호)이다.
무녀가 부정굿을 하고 있다.
부정굿에 이어 손굿이 진행됐다. 손굿은 동네에 공로가 있는 분을 모셔놓고 평안과 건강을 기원한다.
별신굿이 끝나고 창원오광대 탈놀이 중에서 영감할미 과장 일부와 사자무 마당이 펼쳐졌다. 사자무 마당은 자연히 대동마당과 겹쳐지면서 이날 행사를 갈무리지었다.
행사 마무리 단계, 대동한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행사가 끝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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