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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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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을 하고 있는 칠서 삼성중공업 LNG선 족장에는 선박 제조를 위한 다양한 자재들이 만평에 이르는 지역에 분류별로 분포되어 있다.  이 넓은 지역에 가로 세로로 선을 그어 블록화하여 자재를 관리하는데 너무 넓은 데다 종류가 많아 물품을 한 번 찾으려면 발품을 제법 팔아야 한다. 최소 3개월 이상 관리해오던 사람이라면 단번에 물품을 찾을 수 있겠지만 나같이 발령받은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헤매기 일쑤다.

 

같은 품명의 물품이 한곳에만 모여 있으면 아무래도 쉽게 찾을 수 있겠는데 워낙 무거운 물건들인데다 각 블록에서 동명의 물품을 계속 놓을 수 있을만큼 여유공간이 없다보니 이 블록 저 블록에 임시로 놓아둔 것이 고정화 되어버린다. 한 물품을 이 블록에서 찾다 없으면 한참을 걸어서 다른 블록에 가서 또 찾기를 거듭하다보면 자연히 짜증에 몸도 피곤해진다. 몇 번 그렇게 고생하다보니 이게 아니다 싶었다.

 

어지러진 자재들을 우선 보기 좋게 정리해놓고 첫 블록부터 A1, A2......D5까지 수백가지나 되는 물품들을 다 파악하여 엑셀로 정리했다. 찾고자하는 물품은 엑셀에서 '찾기'로 금방 찾아낸다. 3개의 블록에 조금씩 분포되어 있어도 금방 찾아낸다. 예를 들면 C2블록 8열에 있고, D3블록 5열과 D4블록 7열에 있다 해도 헤맬 것 없이 금세 찾을 수 있다. 작업 시간을 최소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입고 물품과 출고 물품을 그때그때 체크를 '단디' 해야하는게 귀찮거나 신경이 쓰이지만 그것을 극복한다면 일은 몸과 마음을 오히려 편하게 만들어 준다. 일터의 전임자는 그러지 않은 모양이다. 오랫동안 일을 했다는데 그런 자료를 남기지 않으니 후임인 내가 일을 맡자마자 이렇게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이 작업을 게을리만 하지 않는다면 내 후임은 아주 편하게, 적어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찾아헤매는 고생은 면할 수 있으리라.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게차 한 대를 청소하더라도 기록에 남기려고 한다. 삼성중공업 안에 지게차 5대가 있는데 그것을 내가 관리하도록 사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오늘 처음 다섯 대를 일괄적으로 점검했다. 내외부 청소를 하고, 돌가루가 많은 곳에서 작업을 하는 장비(지게차)여서 먼지가 장난 아니다. 지게차가 뿌연 옷을 입어 본래의 색을 감춘 상태라면 이해가 쉬울까.

 

오일을 점검하고 그리스유를 주입하고 리프트와 틸트를 움직여 유압상태가 정상인지, 냉각수는 충분한지, 작동유는 어떤지, 에어클리너와 집진기를 청소하고 아워메터를 체크한다. 한 대 점검작업을 끝내려면 40분이 걸린다. 온 몸은 흙먼지 뿌옇다. 옷에는 시커먼 기름이 묻어있다. 아, 작업복을 입고 할걸. 하필 오늘 작업복 빨래한다고 일상복을 입고 왔더니....

 

이 지게차들도 모두 엑셀로 관리한다. 날짜와 시간, 아워메터, 그리고 각 내역별로 상태를 입력한다. 이 자료가 1년, 2년 모이면 장비관리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언제 정비공장에 보낼 것인지 일정을 예측할 수도 있다. 기록을 잘 하면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이 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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