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오페라·연극·미술…‘문화살’ 찌우기
16일 오전 10시 30분. 창원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선 제30기 수요문화대학 첫 강좌인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국악’이라는 제목의 서인화 국립부산국악원장의 강의가 있었다. 1층 369석의 좌석이 거의 찼다.
사실 평일 낮 시간에 유명 그룹의 콘서트도 아니고 게다가 12강좌 수강에 5만 원이라는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강의를 들으러 올 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창원시민들의 수요대학에 대한 호응도가 높은 편이란다.
창원성산아트홀 소극장 입구 수강권을 발급받으려 줄을 서있다./창원문화재단
창원의 경우 도내에서도 타 시·군에 비해 공연과 전시 행사가 많은 편이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 등 문화를 이해하면서 접할 기회가 종종 있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문화 상식을 접할 기회는 드물었던 게 사실. 이런 강좌에 시민들이 만석을 이룰 정도로 수강하는 것은 그만큼 문화 수용의 질을 한층 더 높이고자 하는 시민의 바람이기도 하겠다.
첫날 강의에서 서인화 원장은 국악이 서양음악의 유입 이전에 존재했던 한국음악이긴 한데, 국악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 고유의 것만 있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거문고를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선 대나무로 만든 술대로 연주를 하긴 하지만 캄보디아와 태국 등에도 유사한 악기들이 있으며 중국 역시 칠현금이라는 거문고가 있는데 이는 우리의 것이나 동남아의 것과는 달리 괘(왼손을 짚어서 음 높이를 조절하는 장치)의 높이가 낮게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서 원장은 이밖에도 가야금, 아쟁, 대금, 피리, 양금, 생황, 대평소, 장구 등의 유래와 유사한 외국 악기와의 비교 등으로 강의를 이어갔다. 말하자면 악기를 보면 당시 우리의 음악이 얼마나 국제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궁중음악에서 유일하게 탈을 쓰고 추는 춤인 처용무 탈을 보아도 아라비아인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국악의 국제적 면모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서인화 국립부산국악원장. /창원문화재단
서 원장은 현재 음악이 국악과 서양음악으로 나뉘는 것처럼 예전엔 향악과 당악으로 나뉘었다고 했다. 당악은 중국에서 유래한 외국음악이었던 것이다. 악기 역시 당비파와 향비파, 당피리와 향피리 등으로 구분된 것으로 보아 음악이 확실히 구분되었으며 당시의 음악 장르를 나눈다면, 궁중음악인 아악과 향악, 당악으로 구분된다고 했다.
서 원장은 이날 강의에서 21세기의 국악은 수출용임을 강조했다. 외국에서의 반응을 실감했기에 나온 표현이리라. 이란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탄자니아 등을 돌아다니며 공연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21세기 국악의 현주소는 글로벌이라는 것이다.
문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이번 기회에 국악과 오페라, 연극, 미술, 발레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어떨까.
서인화 국립부산국악원장의 강연 모습. /창원문화재단
창원문화재단의 수요문화대학은 오는 23일 박정한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의 ‘저출산 고령사회의 사회경제 및 모자보건 문제와 대책’, 30일 김정곤 ‘김정곤재즈그룹’ 리더의 ‘재즈, 대중들과 눈 맞추다’, 4월 6일 이윤택 서울예술단 대표감독의 ‘셰익스피어 연극 제대로 보기’, 13일 총선으로 건너뛰고, 20일 안하림 시인의 ‘사랑’, 27일 이재국 방송작가의 ‘잘못된 길이 지도를 만든다’, 5월 4일 이원국 ‘이원국발레단’ 단장의 ‘다시 한 번 이쇼라스!’, 11일 서희태 음악감독의 ‘고전음악가 3인방의 음악과 삶, 그리고 리더십’, 18일 홍금단 뮤지컬배우의 ‘뮤지컬 힐링 강연’, 25일 이택광 문화평론가의 ‘인상파 그림을 떠나는 19세기 여행’, 6월 1일 베르너사세 한양대 석좌교수의 외국인이 본 한국문화’, 그리고 마지막 8일 김주현 창원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의 ‘김주현의 오페라 이야기’로 꾸며졌다.
수강 접수는 마감되었으나 몇몇 빈 좌석이 있으므로 수강 기회가 막힌 것은 아니라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문의 : 055-719-7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