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끼의 육아일기

아들과 처음으로 단둘이 영화관엘 가다

무한자연돌이끼 2011. 3. 26. 23:52


오늘의 시간은 그야말로 푸른 목장에서 뛰어노는 양떼들처럼 아무렇게나 방목되었다.

아침은 아이들이 먹고 싶은 때에 차려서 먹었다.

아이들에겐 모처럼 내일도 쉬는 날이라 부담없이 늦잠도 자고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딸은 연극하러 학교에 가고,

아들과 나는 목욕하고서 영화관엘 갔다.

'월드 인베이전?" 뭔 말인지 몰라도 시작부터 마칠때까지 총소리 폭탄터지는 소리 그것 말고는 귀에 들어온 소리가 없을 정도였다. 정신도 하나 없이 쏙 빼놓은 영화라 다른 걸 볼 걸 후회하고 있는데 아들이 말한다.

"아빠, 아빠는 이 영화가 어떻다고 봐요?" 하잇, 자슥이.... 아빠가 물어볼 말을 지가 먼저... 그러고 머뭇하는데...

"딱 내 타입이예요. 난 전쟁영화가 좋아요."

"아빤 전쟁영화 싫다."

"예? 재밋잖아요.... 그럼 무슨 영화 좋아해요?"

"전쟁영화 빼고 다~"

미국에서 만든 대부분의 전쟁영화처럼 이것도 '영웅주의과 미국 애국주의'가 빚어낸 작품이다. '자랑스런 미 해병'이 주인공이다. 우주에서 날아와 지구를 농락하는 외게인들을 단 몇명의 미 해병이 '눈부신 활약'을 펼쳐 무찌른다는 내용이다.

전형적인 그 동네 작품이다. 대신 다른 작품들보다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측면에선 덜 노골적이긴 하다.

어린 아들의 눈에야 신나게 총질하고 외계인들이 죽어나가고 위급한 상황에서 민간인도 총을 들고 외계인을 향해 쏘는 모습이 용감해보였을 수 있다. 아들에겐 아직도 전쟁이란 이주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일 게다. 사람이 죽고 외계인이 쓰러지는 것은 정말, 단지 게임일 뿐이다.

아들은 진짜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에이,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죠..." 자기도 알 것은 다 안단다. 그래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 너무 전쟁 영화나 게임을 좋아하다 사람 생명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게 되진 않을까...

"아빠, 아빠랑 저랑 영화 처음 봤죠?"

"다른 영화 본 게 없었나?... '타잔'도 보고 '태극기 휘날리며'도 보고 많이 봤네."

"아니, 아빠랑 단 둘이 이렇게...."

"그런가? 그런 거 같네. 아빠랑 자주 영화 보고싶어?"

"아빤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난 괜찮아요."

며칠째 아빠로부터 야단을 맞아서 그런지 오늘밤의 아빠랑 '나이트'는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