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끼의 육아일기

밤 11시 10분, 딸아이는 막차를 타고 집에 왔다

무한자연돌이끼 2011. 3. 23. 23:49
고등학교 입학한 뒤로 서인이의 귀가시각이 급 늦어졌다. 오늘 역시 11시를 넘겨 마을 앞 정류장에서 내렸다.

마산에 살 땐 중학생이어서 늦게 집에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대개 오후 5시, 늦어도 6시에는 집에 들어왔으니까.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가고선 밤 11시 넘기기가 일쑤다. 야자를 해서 그렇단다. 게다가 요즘엔 연극부에 들어 야자 마치고 또 연극 기초연습을 하느라 더 늦어졌단다.

못하게 할 걸 괜히 허락했나 싶기도 하다.

그 덕(?)에 나도 밤바람을 자주 쐬게 됐다. 촌에 별일이야 있겠냐마는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아빠라는 존재의 본성인가보다.

또 그 덕(?)에 집으로 나란히 걸어오면서 대화도 많이 하게 됐다.

많이 힘들다면서...

짜슥, 성격에 쉬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서 더 걱정이다.

오늘 같이 밤바람이 차가운 날 외투도 안 입고 나갔던 모양이다.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어깨에 덮어주니 그나마 보기에 덜 추워보인다.

저렇게 집에 와서 씻고... 딸아이라 그런지 그냥 자면 될 것을 화장을 하느라 또 한참을 시간 보낸다. 컴퓨터를 켜서 이것저것 하는 것 같고. 12시 넘어서 슬쩍 방에 가보면 책도 이리 저리 어질러져 있다. 방만 봐도 내가 정신이 없다.

"자라. 빨리!"

대답만 예 할뿐 여전히 뭔가를 하고 있다. 한 번 더 호통을 치듯하면 그제야 컴퓨터를 끄고 책을 덮는다. 잠을 자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내가 불을 꺼 주는 수밖에 없다.

어쩌다, 내가 방에 들어와 잠이 살풋 들려고 하던 찰나에 부엌으로 가는 서인이의 발자국소리(나는 서인이 발자국 소리를 티라노사우루스에 비교한다)가 들린다.

"짜슥. 아직 안 자나?"

"자요!"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놈은 쿵쾅거리도 돌아다니면서 자나... 내가 잠에 떨어지고 새벽 6시 알람에 깨면 서인이는 벌써 일어나 있는 때가 많다. 반 정도는 내가 깨워주지만. 오늘 아침엔 내가 못일어나자 지가 아침해먹고 동생 밥도 차려주고 학교로 갔다.

학교에서 잠을 잘 수는 없을 텐데...

아이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다.

이번 주엔 쉬는 토요일이니 삼겹살이나 좀 사다가 실컷 먹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