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못 한 장유여객터미널 2년째 표류…우회전 교통사고 대책은 제자리
운영권·적자 책임 두고 시와 시행사 충돌

준공된 지 2년 가까이 된 김해 장유여객터미널이 시행사와 김해시 간 갈등으로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보행자 보호 강화를 위해 도입된 우회전 신호체계에도 불구하고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지 않으면서 교통안전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커지고 있다.
장유여객터미널 건립 사업은 민간 시행사가 건물을 지은 뒤 김해시에 기부채납하고, 대신 터미널 운영권과 일부 상가 운영권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건립은 민간이 맡고, 공공적 관리·운영은 시가 담당하는 구조다. 터미널 건물은 지난해 3월 완공됐지만, 기부채납 방식과 운영 주체, 노선 연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개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운영권과 적자 책임이다. 시행사는 당초 약속대로 운영권을 보장받아야 수익을 통해 채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해시는 시행사에 운영권을 줄 경우 매년 수억 원대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를 시민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장유지역의 급격한 도시 확장으로 교통 환경이 사업 추진 당시와 크게 달라진 점도 개장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임시정류장 이용이 이미 고착화됐고, 일부 운수업체는 장유여객터미널 경유를 기피하는 상황이다.
현재 장유여객터미널 건물은 외관상 새 건물이지만 실질적인 이용은 미미하다. 건물 입구에는 ‘메가시티 몰’ 간판이 걸려 있고, 1층에는 편의점과 카페, 음식점 몇 곳이 입점해 있다. 2층에는 치과 1곳만 운영 중이며, 2~3층은 대부분 비어 있다. 4층에는 인근 아파트 건설업체 사무실이 들어서 있고, 5층 옥상정원은 장유 전경을 조망할 수 있지만 이용객은 거의 없다. 시외버스 여객터미널로 지어진 건물이지만 개장 여부가 불투명해 추가 입점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빈 건물 속 상가만 운영…주민 불편 가중
장유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최근 김해시청 누리집 ‘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장유1동 주민이 “김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장유에 번듯한 건물을 지어놓고도 주민들이 길거리에서 화장실도 없이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며 “행정력을 동원해 하루빨리 터미널을 개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는 주민 불편에는 공감하면서도 조기 개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는 책임 소재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터미널을 개장할 경우, 관리·운영 인력 투입과 시설 유지비 등으로 적자가 발생하고, 이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건물을 기부채납받으려 해도 담보 대출이 많아 채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해시는 운영권과 기부채납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분쟁과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해시는 △기부채납 방식 재검토 △운영 주체 확정 △적자 발생 시 책임 소재 명확화 △장유 교통 수요를 터미널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 여부 △운수업체 경유 의사 △기존 임시정류장 유지 또는 폐지 여부 등이 정리되지 않으면 터미널 개장은 정책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기 개장을 하더라도 빚과 적자를 떠안게 되고, 늦출 경우 주민 불편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는 만큼, 세금 투입을 전제로 한 성급한 개장은 피하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우회전 신호에도 사망사고 끊이지 않는 이유

한편, 도내에서는 우회전 교통사고 문제도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2년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됐지만, 사고 사망자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우회전 교통사고는 총 2486건으로, 이로 인해 31명이 숨졌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3명, 2021년 6명, 2022년 4명, 2023년 4명, 지난해에도 4명이 사망했다.
최근에는 창원 남양사거리에서 우회전하던 시내버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자전거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우회전 시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일시 정지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데다, 대형 차량 우회전에 대한 제도적 통제가 부족하다는 점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진규 사단법인 안전발전연구원 상임대표는 우회전 사고가 주로 사거리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만큼, 대각선 횡단보도 도입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보행자 신호 시 차량의 우회전을 전면 차단해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도내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는 101곳에 불과하다.
대각선 횡단보도 확대 필요성 다시 부각
대각선 횡단보도가 확산되지 않는 이유로는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꼽힌다. 법적 의무 시설이 아니고, 교차로 통과 시간이 늘어나 교통 정체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가 설치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호 주기 조정, 보행자 대기 공간 확보, 차로 및 노면 표시 변경, 신호기·CCTV 교체, 교통영향 분석과 주민 의견 수렴 등 복잡한 절차와 예산 부담도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다발 지역과 대형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을 우선으로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대형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형 차량 우회전 사고의 치사율이 승용차보다 27배 높은 만큼, 보행자 안전을 교통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두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