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끼의 문화읽기

제8회 경남시문학상과 작가상에 정삼조, 민창홍 시인 수상

무한자연돌이끼 2023. 11. 6. 13:03

보도자료를 받았다. 정삼조 시인은 나와 연이 없나보다 그의 시집을 소개한 적도 없고 수상소식을 다뤄본 적도 없다. 반면 민창홍 시인은 시집도 소개했고 수상 소식도 다뤘다. 전화통화까지 했고... 또한 막내가 성지여고로 전학을 하는 바람에 당시 전학 문제로 담당자 연락이 안 돼 문의한 적이 있었고 교감을 소개해주어 전학 절차를 알 수 있게 됐다. 당시 그는 정년퇴임을 한 뒤였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붙인다.

민창홍 시인

8회 경남시학 작가상 수상자

민창홍 시인

 

1960년 충남 공주 출생

청주대 국문과와 경남대 교육대학원 석사 졸업

1998년 계간 시전문지 시의나라2012년 계간 문학청춘신인상 등단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 경남 올해의 젊은 작가상, 창작예술상

옥조근정훈장 수상

■《닭과 코스모스2015 세종도서 나눔 우수도서 선정

시집 금강을 꿈꾸며, 닭과 코스모스, 캥거루 백을 멘 남자

고르디우스의 매듭, 서사시집 마산성요셉성당

마산문협 사무국장 및 부회장, 경남문협 및 경남시인협회 감사, 계간 경남문학편집주간 및 편집장, 마산교구가톨릭문인회 사무국장 및 회장, 민들레문학회와 문학청춘작가회 회장, 성지여자고등학교 교장 역임

현재 마산문인협회 회장, 경남시인협회와 경남문인협회 부회장, 경남문학관 이사, 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 ()시사랑문화인협회 영남지역 이사, 시문학연구회 하로 동선,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회원

8회 경남시학작가상 심사평

 

사랑의 실천과 사유에서 오는 성찰

민창홍의 시세계

 

진정한 시는 실존의 고통을 감내함으로써 무상함을 극복케 하고 자기실현의 길로 나아가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바탕으로 빚어내는 대상과의 교감을 원활하게 해주는 한편, 시적 화자의 내면에 비친 세계와 눈앞에 명징하게 드러난 주제 간의 정서적 만남을 통해 마침내 자신만의 시가 만들어 지도록 이끌어 준다고 한다.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은 꼭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스스로의 느낌과 생각을 시라는 형식으로 나타내고 싶은 본성적 욕망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짐짓 아는 체하거나 흉내 내지 않고 거짓 없이 쓴 글에서 나온다는 점을 우선 마음에 새겨두어야 하리라 믿는다. 결과는 그 다음에 따져야 할 일이다. 덧붙여 관습적 인식에 치우치지 않고 미적 인식과 관계가 있는 표현의 독창성으로부터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이 빚어짐은 당연하다 하겠다.

 

민창홍 시인의 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무래도 신앙심에 근거한 사랑의 실천과 일상의 사유에서 오는 성찰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만남에서 오는 정서적 감성이 본류를 환기시키고 체험이 바탕이 되어 그 속에 농밀하게 가라앉은 시어를 길어올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장애우를 향한 그의 사랑은 친구 사이의 우정을 의미하는 필리아적인 것이라 하겠는데, 사랑은 가장 잘 지켜야 하는 계명이지만 동시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계명이기에 갈등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의 시 <발로 쓰는 시>를 보도록 하자.

이 시는 단순하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이 시의 서사적 형태는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백일장이라는 상황 아래 시인과 장애우의 극적인 만남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따뜻한 관심과 포용을 전편에 펼쳐 놓았다.

 

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치는 학생을 보았다/ 온몸을 찡그리며 단어 하나 적어놓고 힘겹게 먼 산을 바라보다가 고통을 삭이는 시간 위에 벚꽃잎 하나 날리면 빛 반사되어 희미한 화면을 응시하며 먹이를 찾는 어눌한 새처럼 생각을 발로 찍어낸다/

 

예사로울 수 있는 것을 결코 평범하지 않게 적절한 문학적 수사로 감동을 자아내는 저력이 돋보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부터 얻어낸 귀중한 결실이라 해도 좋겠다. 시인의 성정과 정서가 잘 묻어난다.

 

서울에서 참석한 몸이 불편한 그 아이, 손이 오그라져 글씨를 쓸 수 없다/ 제목은 출발이었는데 아이는 예전에 타던 먼지 가득한 어머니의 손때가 달라붙은 휠체어를 노래했다.

 

사건과 상황을 단순화시켜 행간에 옮겨진 의미를 독자로 하여금 상상으로 복원케 한다. 국면의 정황을 구체화하여 리얼리티로 우리를 설득하는 것이다. 아이가 홀로 서도록 그 긴긴 시간을 지켜본 어머니와 희망을 주려고 백일장을 소개한 선생님을 떠올리며 대필하는 시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온다.

시 속의 서사적 구조란 결국 시적 인식을 형성화하기 위한 한 방법이다. 앞과 뒤의 시행을 보다 효과적으로 강조하고 누군가에게 호소하듯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과 능력이 눈길을 끈다. 또한 묘사된 경험적 사실들이 서로 얼크러져 구체성을 부여한다.

그런가 하면 그의 또 다른 시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고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일러준다.

 

나이가 들면서 너그러워진다

불같은 성냄도 급함도 고집도

얽히고설킨 매듭 풀리듯이 너그러워진다

 

보고도 못 봤다고 억지 부리고

모르는 일이라고 우기고

편 가르듯 가짜 뉴스로 말한다면 치매다

 

칡과 등나무의 얽힘을 보거든

개울가에 나와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라

 

물살은 수많은 돌과 부딪치며

맑아지고 유순해진다

어디 막힘이 있는가

 

배배 꼬이고 얽힌 것

칼로 과감하게 잘라

흐르는 물이 되어 매듭을 풀리라

 

불혹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순의 나이가 넘어도

너그럽지 않으면 치매다

< 고르디우스의 매듭 > 전문

 

이 시의 시적 대상은 인간의 얽힘이며 그것이 전달하는 개성적 여운은 독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독자에게 삶과 매듭을 상기하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얻어진 소중한 삶의 지혜이자 방향타가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면서 너그러워진다/ 불같은 성냄도 급함도 고집도/ 얽히고설킨 매듭 풀리듯이 너그러워진다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의미롭게 다룸으로써 존재 파악과 연계하여 그것이 전편에 융화되도록 철학적 사유가 은은히 빛을 발한다. 누군가 세상의 미를 어떤 중심에서 벗어나되 그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 하던가.

 

칡과 등나무의 얽힘을 보거든/ 개울가에 나와/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라/ 물살은 수많은 돌과 부딪치며/ 맑아지고 유순해진다/ 어디 막힘이 있는가/

 

무엇이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어줄 것이다는 성경 말씀을 그는 일찍이 일상을 통해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것이 시인의 깊은 신앙심에 뿌리내리고 있음은 당연하다.

인간 욕망에 대한 절제의 미학이 시 전편에서 드러나 읽는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함으로써 묘미를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만만치 않음이 우리의 한계이며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임은 확실하다. 시란 감정의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세계가 숨 쉬고 있는 모든 가치로운 존재와 현상을 감지하는 인식의 표현이다.

시에는 관심과 성찰이 서로 깊숙하게 연루되어 있는 그러한 감성적 의미가 진하게 배어 있다. 이 울림은 시라는 한 예술양식 자체가 우리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소를 저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는 인식태도와 그것을 껴안는 정서의 넉넉함이 감흥을 따뜻하게 증폭시킨다.

앞으로도 피상적 현실에 얽매어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한 측면만 보고 섣불리 전체를 예단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며 성찰의 깊이를 더해 주길 바란다

삶의 체험과 사유를 통해 시적 진실과 인식이 깊이를 더해주고 그 관계성을 창조하려는데 시인으로서의 그의 고뇌는 아름답게 빛난다. 삶의 편린들을 조립하여 그것을 서정적으로 노래하고 일상의 분분한 이야기를 소박한 시각 따라 그려내는 그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지리라 믿는다.

 

바라건대 그가 일상화된 소재에 천착하지 않고 화자의 독특한 목소리와 문체가 다양하게 시적 의미화에 기여하면서 행간에 담긴 시어의 진중함과 상징화된 채색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작품세계를 끊임없이 펼쳐주길 바라 마지않는다. 8회 경남시학작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문운이 가득하길 빈다.

 

심사위원주강홍 김미윤 김일태

 

정삼조 시인 부문도 소개.

 

8회 경남시문학상

 

정삼조 시인

1954년 음력 923일 당시 행정지역명으로는, 짐작컨대, 경상남도 사천군 삼천포읍 동리 162번지에서 출생함. 바닷가와 어시장이 가까운 곳이었음. 본래 바다였던 곳을 매립한 곳으로 선짓개라고 불리던 곳임,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기억함. 원적은 아버지의 본적이었던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상죽리 556번지.

삼천포가 명칭인 학교만 다님. 삼천포유치원, 삼천포초등학교, 삼천포중학교, 삼천포고등학교 졸업. 고등학교를 졸업한 1973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1977년 졸업함. 대학 시절에는 동문들 새에 삼천포라는 별호로 불린 듯함. 나중에 보니 박재삼 시인과, 다녔던 초중고와 대학의 전공과까지 동일한 학연이 있었음.

19992월 경상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문학박사 학위 받음. 박사학위논문 나라잃은시대 시에 나타난 현실 대응 방식 연구

대학 졸업 후 멋모르고 모교인 삼천포고등학교 교사로 봉직하게 되었는데, 잠깐 하고 그만둘 줄 알았던 교직에 무려 40년이나 몸담게 됨. 모교에 7년 근무한 후, 우여곡절 끝에 당시 개교하는 진주의 명신고등학교로 옮겨(1984) 거기서 7년 반을 근무함. 사립인 명신고등학교를 당시 이사장이셨던 김장하 선생께서 국가에 자진 헌납한 관계로 공립학교 교사가 되었기 때문임(19919). 진교종합고등학교, 삼천포중앙고등학교, 삼천포공업고등학교, 남수중학교, 물건중학교를 거쳐 다시 남수중학교에서 20172월 평교사로 정년퇴임함.

중고등학교 시절 지역의 백일장을 들락거리며 시 쓰는 재미를 익힘. 2 때인 1971년 개천예술제 백일장에서는 시조부 장원에 입상한 기억이 있음. 이런 인연으로 전공을 국어국문학과로 택함. 이에 따라 국어 선생이 되었고 이 선택을 후회한 적도 있으나 지금은 모든 선택에는 다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음.

문학판을 떠나 있다가 1990년 창간된 지역의 동인지 마루문학에 창간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시를 본격적으로 다듬기 시작함. 마루문학에서는 편집위원 주간을 거쳐 회장을 역임하였음. 마루문학회 회장으로 있던 ‘1996년 문학의 해 동인지 콘테스트에서 마루문학이 당당히 동상을 수상하였던 일이 기억에 새로움.

1997현대시학에 시 상여길4편이 추천되어 등단.

등단작품 평정삼조의 시편들은 맑고 깨끗한 서정시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수식어마저 극히 절제되어 있어 간결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이 가운데 상여길은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달관된 시각으로 보면서도 서정시 특유의 섬세한 감정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정진규·김종해)

벼슬 복이 많아 박재삼기념사업회 회장 역임함. 박재삼문학제 집행위원장 10여 회. 박재삼기념사업회 회장이던 2008년 박재삼문학관 개관.

2010년 즈음 사천시문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 그리움을 위하여(2011)

느리게 가는 경주(2017)

봄날의 뜨락을 비추는 달빛(2021)

8회 경남시문학상 심사평

 

 

정삼조의 시

 

작품을 계량화하여 수상자를 선택한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특히 경남시협 회원들의 작품은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미리 고정관념에 유인되어 있어서 결과를 도출하기가 더욱 조심스럽다. 선자의 편견이나 개인차가 작용할 수 있는 소지도 많고, 언어의 밀도를 헤아리는 수준이 극대화된 시협 회원들 모두가 선자이며 독자이기에 객관의 공감을 주기에는 난해할 수밖에 없다.

어렵게 정삼조 시인의 시집 봄날의 뜨락을 비추는 달빛을 선택했다. 오랜 문력과 지역에서의 문학 생성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서정을 관조하여 함의가 깊은 언어를 도출하는 방식이 완성도가 높다는 선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감성을 치환하여 수사가 맑은 언어들은 소통과 공감을 가지게 하고 그의 시적 세계에 쉽게 젖을 수 있는 기법들에 주목했다. 그의 시는 육화된 언어의 배열이 독자들에게 친밀감으로 다가오며 공명을 나누는 기법이 난해한 시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지켜야 할 가치의 한 장르로 충분히 인정하기도 했다.

축하를 드리며 더욱 문학의 정진의 기회가 될 것을 주문한다.

심사위원김미윤 주강홍 김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