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국제연극제 파행 3년 정녕 답은 없는 것인가
거창국제연극제 관련해 칼럼에 실었다. 내 기조는 딱 하나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어떻게 해서든 정상적으로 개최되어야 하고 30년의 역사를 이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누가 행사의 집행을 맡고 조직을 구성하는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슬기를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번 군의회에서 거창국제연극제 개최 지원금으로 추경예산에 배정됐던 도비 2억 군비 3억, 합해서 5억이 공연 일주일을 앞두고 삭감되어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프랑스 아비뇽 축제를 비유할 정도로 피서지 연극축제로 거창군의 브랜드 상품이었는데, 결국 다시 파행을 겪게 됐다.
잘잘못을 먼저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투명한 예산 집행 보장이 문제도 아니었다. 진흥회가 군과 의회 협의, 예산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추진했던 것도 사실상 크게 문제삼을 일도 아니었다. 그 이전의 과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을 충분히 이해해도 이번에 파행을 겪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이미 90% 이상 개최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행사를 무산시킬 정도의 근거가 될만한 원인은 찾을 수 없다.
군과 군의회가 무책임했다고 생각한다. 벌써 2년이나 끌어왔던 사안이었다. 공연시기가 본격적인 피서철인 7월 말에서 8월중순까지라는 것을 군과 의회의원들이 몰랐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그동안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신문 칼럼에는 전혀 흥분을 끼워넣지 않았다. 칼럼이나 SNS에 한마디 올리는 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칼럼에선 상황을 차분히 풀어서 썼다. 객관적 시각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하는 신문의 공공성이 내겐 한계로 느껴지기도 하는 부분이다.
이종일 거창국제연극제육성진흥회장 처지에서는 시기적은 문제가 맞물려 군과 논의를 다 끝내고 의회의 예산 승인까지 기다려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속이 탔을까, 한편 이해가 된다. 그것 때문에 행사일정도 원래 7월 27일 시작하려던 것을 1주일 늦췄지 않은가. 더는 늦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원래 일정에 맞춰 공연준비를 해왔던 많은 극단들의 입장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이나 의회에선 그까짓 몇 주 연기한다고 대수랴 생각할 지는 모른다. 정말 그렇다면 자격조차 없는 사람들이겠지만, 극단의 처지에서 보면 수많은 배우들이 나름대로의 일정을 가지고 조율해서 연습과 공연일정을 빼놓는다. 그게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어긋나게 되면 개인적으로 큰 손실을 입는다. 다른 행사에 출연해야 할 것도 양해를 얻어 포기해야 하고 또 그 행사 담당자는 급하게 다른 출연진을 섭외해야 한다.
공연계가 그렇다.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6개월, 1년 전부터 일정을 잡아 움직인다. 나 역시 뮤지컬 공연 출연을 위해서는 6개월 전에 섭외를 받고 연습에 들어간다. 군이나 의회에서 자기는 그런 거 안해봐서 모른다 소리 않기를 바란다. 상식이니까. 그런데도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가. 정말 내가 우려한 대로 그저 이종일이 싫어서 예산 못 주겠다 한 건가. 아니었으면 한다. 성숙한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오랜 앙금이 남아있고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안다. 그런 의지가 분명했다면 벌써 조율이 됐어야 했다. 작년말에 썸머페스티벌 예산 삭감되지 않았나. 정말 막말로 그동안 뭐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신임 군수가 거창국제연극제의 정상 개최를 공약한 사안 아닌가. 팔길이 원칙까지 언급했는데... 결과적으로 거창국제연극제 무산이나 다를 바 없는 결과가 되어버려 안타깝기 그지없다. 초청작 몇 개 불러 재능기부로 공연은 이루어질 것이다. 함께 진행되는 거창전국대학연극제는 제대로 될 것이다마는 외국팀과 경선팀, 초청팀들이 돌담극장, 축제극장, 무지개극장 등등에서 왁자지껄 수많은 국내외피서객이 모인 가운데 펼쳐지는 축제의 장만 하겠는가. 수승대로 피서를 떠나는 매력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작년에도 칼럼을 통해 주장했지만, 제발 좀 멀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