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은 8월 8일이더니 이번은 10월 10일이네
날짜가 묘하다. 지난 여름 휴가 동안 피서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해 쓴 칼럼이 '피서지 집 없는 설움'인데 날짜가 8월 8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추석 긴 연휴를 마치고 쓴 칼럼 '경남연극관 설치 제안'은 10월 10일이다. 몽골에선 이렇게 숫자가 반복되는 것을 좋아한다. 차량 번호판에 이런 게 있으면 '쑤웁'하고 빨아당겨 먹는 시늉을 한다. 어쨌든...
이번 칼럼은 쓰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다. 쓸까말까 갈등부터 시작한 소재여서 표현에 어지간히 신경을 썼다. 마산연극관이 화재로 많은 자료를 잃은 뒤 폐관 위기에 놓인 걸 여론도 되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고 지역 연극인들도 재개관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와중에 경남연극관 설치를 제안한다는 것은 자칫 마산연극관을 포기하자는 주장이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산연극관이 개인 운영으로 관리에 한계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는 관리 문제로 불상사가 있으면 안되겠다는 원칙이 분명히 서다 보니 이왕이면 경남의 연극사를 총망라한 공공 시설이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개화기 이후 시작된 근대 연극의 시작점을 '혁신단'의 <불효천벌>로 보는 게 정설이다. 이게 1911년의 일이다. 경남에선 1912년 진주사림광림학교에서 연극 공연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경남연극의 시초라고 공식화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당시엔 단막극인 소인극이 유행하였는데 진주를 비롯해 통영 마산, 밀양 등지에서 활성화했다. 이러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려면 시군단위의 지역 연극관보다는 광역 단위의 경남연극관이 타당하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경남연극관이 만들어진다면 활용가치는 높을 것이다. 배우지망생들에게도 인기가 있을 것이며 지역 연극팬들에게도 친근한 공간으로 사랑받을 것임을 확신한다.
다만 칼럼에서 제시했던 각 지역 연극부스와 연극 상영관, 북카페 등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지역 연극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 연극 발전을 위해서라도 먼저 경남에서 광역 연극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여 작은 단위의 연극관도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문학관의 경우를 보면, 경남문학관이 있는 반면 각 지역에 따라 김달진문학과, 이원수문학관, 박재삼문학관, 박경리문학관 등등의 사례가 그것이다. 유치진연극관이 있을 수 있고 한하운연극관, 이상용연극관, 이종일연극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게 다른 이름 통영연극관, 마산연극관, 거창연극관이 되었든 간에.
오랜 연극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연극관 하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꺼낸 제안이다. 너무 늦지 않게 많은 연극인들이 이에 공감하고 함께 힘을 합쳐 광역연극관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남에서 유일한, 어쩌면 전국에서도 몇 안 될 연극 전문 시설이었던 마산연극관이 지난달 화재로 말미암아 많은 자료를 소실했다. 개인이 만든 시설이다 보니 모든 관리는 개인에 의존해야 했고 관리 한계로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폐관 위기에 처했지만 여론도 그렇고 많은 관계자가 재개관을 바라고 있다. 이왕이면 사람들이 찾는 시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마산연극관 화재사고로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 사실 5년 전 개관할 때 지역의 여러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는 기억 말고는 그동안 잊고 있었다. 창동엔 소극장이 두 개나 있고 종종 공연이 열리기도 하지만 관객들 중 몇 퍼센트나 마산연극관을 방문했을까 싶기도 하고 시민들 중에선 또 얼마나 이곳을 찾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고민해봤다. 사람들이 찾는 연극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하고. 고민의 끝에 나온 게 경남을 대표하는 '경남연극관'이다.
창원에는 많은 문학관이 있다. 진해에 경남문학관이 있고 김달진문학관이 있다. 창원에 이원수문학관, 마산에 마산문학관, 게다가 마산음악관까지. 범위를 넓혀 통영에는 윤이상음악관, 청마문학관, 사천에 박재삼문학관, 하동에 이병주문학관과 박경리문학관, 함양엔 지리산문학관. 이외에도 나열하지 않은 문학관들이 곳곳에 있다. 지역 출신의 저명한 문학가가 많이 배출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역사회가 문학에 큰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렇다면 연극은 어떤가? 연극 역시 경남 출신 저명인사들이 많다. 한국 연극사의 주역 유치진도 있고 경남 연극의 산실 역할을 했던 이광래, 김수돈, 정진업 등의 위인도 수두룩하다. 경남은 특히 대한민국 연극사와 궤를 같이하기에 그 사적 가치도 작지 않다. 그럼에도 공공시설로서의 연극관은 없었다. 해서, 마산·창원·진해뿐만 아니라 통영, 밀양, 진주, 사천, 거창, 김해, 거제, 양산 등의 연극사와 자료들이 총집합하게 되면 어떨까? 충분히 볼거리가 마련될 것이다. 적정한 규모의 시설에 접근성 좋은 곳에 위치한다면 사람들도 관심을 기울이며 찾을 것이다.
서울 국립극장에 있는 '공연예술박물관'이 괜찮은 본보기다. 산대놀이부터 근·현대 공연예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공연 때 사용된 소품을 전시한 것도 관람객을 유인하는 매력 포인트다. 경남연극관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경남의 연극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고 연극협회 경남지회 산하 각 지부 부스를 통해 지역 연극의 특성을 소개하며 영상화한 연극을 상시 상영한다면 충분한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연극 전문 북카페를 운영한다면 더더욱 활용가치가 높은 연극관이 될 것이다.
경남의 연극은 그 역사만큼이나 저력이 내재되어 있다. 전국연극제 수상 실적이 보여주듯 수준도 높다. 하지만 아직 도민들의 연극에 대한 관심은 기대에 못 미친다. 경남연극관은 지역민의 연극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행정기관과 연극인, 전문가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