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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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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언론사 교열부 출신이어서 '신삥'이니 하는 비속어를 사용하자니 뭔가 모를 어색함이 온몸을 감싼다. 직업병이 아직 남은 건가. 그렇다고 '신병'이라 하자니 '백수 군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제 SBS드라마 '타짜'에 보니 고니가 감옥에 가서 '신삥' 소리 듣던데... '신병'이 '신삥'으로 분장을 하고나니 여기저기 초청받는 곳이 많아지는 언어현상을 뭐라고 명명해야할 지 난감타.

각설, 직장을 그만 둔 지 한 달이 됐다. 되돌아 보니 뭘 했는지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휴학 중인 큰 아이와 친구되기도 아직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고, 두 살난 막내를 보는 일은 그야말로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하루 일이 반복의 연속이다. 그나마 말하기 좋아하는 둘째는 학교만 다녀오면 꿈이야기부터 학교에서 일어난 일 등 온갖 이야기를 때와 장소 불문 쏟아낸다. 직장 다닐 때엔 둘째의 이야기 세마디째부턴 짜증나던 것도 이젠 마음의 여유가 너무 많아 그런지 그것도 관심의 대상이다. 저도 적당히 하고 끝을 맺는 법을 터득했는지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자녀 교육에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하겠다는 정도는 아니라도 여러가지 시도를 기록으로 남기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하는 일 없이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설거지, 청소, 막내 밥먹이기, 큰아이 공부도우미, 막내 쉬 누이기, 아흔 살 할머니 식사 챙겨드리기, 그리고 틈틈이 인터넷으로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들여다보기....

예전에 직장을 다닐 땐 아내가 하루종일 집에서 뭐하나 의심(?)의 눈길로 "종일 집에서 뭐 했는데?"하고 물었던 게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 서로 역할을 바꿔 한 달을 지내보니 깨닫는다. 요즘 아내가 도리어 내게 "거실 청소도 하라고 했는데 종일 뭐한다고 청소도 안 해놓았는데?" 하는 말에 서운한 느낌이 들면서도 반박할 수가 없다.

백수 생활 한 달. 아직 당당하게 한낮엔 집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전에 한 번 앞집 2층 아주머니 하고 마주친 이후론 더 그렇다. 직장을 다닐 땐 아무 거리낌없이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하고 서로 인사를 주고 받았는데 직장 그만 둔 걸 눈치 챈 것인지 요즘엔 어색한 눈인사로 지나친다.

어쩌면 직장을 그만 둔 후 가장 힘든 일은 가사보다 남의 눈치를 보는 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흘러야 남의 눈치에 면역이 생길는지. 공공연히 "집에서 남자가 일을 해야지"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일하는 여성이... 뭐 그런 말에 신경쓰는 것은 아니지만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아마 내가 직장 다니고 있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면 '버럭' 곱하기 '2' 정도는 했을 것이다.

가사를 떠맡은지 겨우 한 달에 처음 계획했던 일에 확신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성적을 점검한다면 50점 정도 스스로 매길 수 있겠다. 그런데 점점 게을러지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회사 그만두면서 1주일 만에 해치우려 했던 일을 한 달 끌었던 게 있다. 프린터와 비데, LCD TV 수리와 컴퓨터 포맷 후 재설치 등. 그런데 대형 LCD TV는 결국 고치지 못했다. 반쯤 뜯어 저항검사기로까지 다 점검하며 살펴봤는데 끝내 해답을 찾지 못하고 덮개를 닫고 말았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오랫동안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했었는데 처음 한 달은 그냥 빈둥빈둥 백수처럼, 참 백수지.. 쩝. 그렇게 보냈다고 생각하련다. 마음껏 여유를 즐긴 때도 있으니 됐다. 쫓기는 마음 전혀 없이 한낮에 뒷산 고개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을 햇살과 노닐었으니 신선도 부러워했지 않았으랴.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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